7년 전 오늘… 세계 최고의 한국 여성 산악인 히말라야에 묻히다

진경진 기자
2016.07.11 05:45

[역사속오늘]故 고미영씨 14좌 완등 3개 앞두고 불의의 사고

산악인 고 고미영씨./사진=코오롱

"남은 3개 봉도 안전하게 등정해 대한민국 여성의 기상을 전 세계에 떨치겠습니다."

2009년 7월11일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가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밧(8126m)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고씨가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목표로 한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완등을 위해 남은 건 단 3개 봉.

당시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한국인 3명을 포함한 14명뿐이었다. 그마저도 모두 남성 산악인. 고씨는 '14좌를 완등한 세계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발을 내딛었다.

타고난 산악인인 고씨는 사실 13년간 농림부 소속으로 일한 공무원 출신이었다. 1990년대 초 우연한 기회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배우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아예 공무원 생활을 접고 프랑스로 등반 유학길을 오르면서 전문 클라이머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003년까지 스포츠 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을 6연패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자였다.

고산 등반을 시작한 건 2005년 파키스탄 드리피카(6047m)에 오르면서다. 남들보다 고소 적응이 뛰어났던 고씨에게 소속사는 고산 등반 전향을 권유했고 고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이듬해 10월 초오유(8201m) 등정을 시작으로 2년9개월 만에 8000m급 봉우리 11개를 연속으로 오르는데 성공하며 세계 산악계를 놀라게 했다.

2007년 5월에는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했고 2009년 히말라야 △마칼루(5월1일) △칸첸중가(5월18일) △다울라기리(6월8일) 등을 올랐다.

이런 속도라면 고씨가 2010년 히말라야 14좌 완등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때문에 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오르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뻐했다.

하지만 정상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현지에서 날아든 비보.

낭가파르바트 정상에서 하산하던 고씨가 캠프2로 향하던 중 100m를 남기고 실족해 해발 6200m 지점에서 협곡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조난 지점은 눈사태와 낙석이 많아 로프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칼날 능선'이었다.

가까스로 고씨가 누워있다는 위치를 확인했지만 악천후와 일몰 등으로 구조 작업이 쉽지 않았다. 생사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 '14좌를 완등한 세계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던 다른 국내 여성 산악인인 오은선씨도 등반 일정을 미루고 수습에 나섰다.

쉽지 않은 수습 작업이 이어졌다. 그리고 고씨가 실족한 지 8일이 지난 19일에야 고씨는 차가운 주검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당시 사고가 난 이유를 두고 무리한 기록 경쟁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씨는 한 해에 8000m급 봉우리를 3~4개씩 오르는 강행군을 펼쳤는데 이를 위해 한 봉우리를 등정한 후 휴식을 취하지 않고 헬기로 다른 봉우리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는 등 무리한 일정을 감행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