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하고 상차리는데 8시간'… '추석상' 직접 차려보니

이미영 기자, 이슈팀 박지윤 기자
2016.09.07 14:12

[보니!하니!]인건비까지 계산하면 재료비의 2배…남는 음식 등 낭비도 많아

지난 8월 26일. 주부들의 명절 강도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5명의 기자들이 '정식으로 차례를 지낸다'는 가정하에 추석 음식을 직접 해봤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마련하는데 각각 3시간, 5시간이 소요됐다.

◇한시간이면 장 볼 줄 알았는데… "무려 3시간이나"

오후 4시30분, 차례 음식에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서울 영등포 A마트를 찾았다. 사전조사를 통해 차례 음식에 필요한 재료 목록도 준비했다. 구입해야 하는 재료만 23가지나 됐다.

국거리 양지고기, 나물류, 야채 등 쉬운 재료들을 순서대로 담았다. 하지만 가끔 보이지 않는 재료들이 생겼다. 산적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우둔살은 추석 직전에나 나온다고 했고 여름에 귀한 시금치는 그나마 폭염으로 진열대에 나와 있지 않았다.

차례상에 필요한 곶감이나 밤도 구석에 숨어있어 직원들의 도움으로 겨우 찾았다. 그렇게 한시간 남짓 지나자, 마트에 없는 재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송편을 빚기 위한 맵쌀가루, 약과, 제사용 조기 등이 없었다.

결국 근처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떡집이나 방앗간은 이미 영업이 끝나 있었다. 약과 등도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조기와 수입산 우둔살을 장만하고 다시 동네 마트로 향했다. 이곳에서 약과 등 나머지 재료를 겨우 채웠다. 장보기를 마친 시간은 오후 7시30분. 총 비용은 약 20만원이었다.

장보기와 음식 장만을 같이 해도 된다고 했던 미혼의 A기자는 "우리가 장보기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장보는 게 명절 준비의 절반 이상인 것 같다"고 했다.

◇나물·전·국까지 총 11가지 음식…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다음날 오전 10시, 기자들은 다시 서울 영등포의 한 레지던스에 모였다. 이날 해야 하는 요리는 산적, 전 요리 4개(꼬치산적·동태전·두부전·육원전), 소고기 무국, 나물 3가지, 조기구이, 송편 등이었다.

평소 집에서 명절음식 장만을 성실히 도와줬던 B기자가 전 요리를 담당했다. B기자는 이날 오후 내내 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밀려오는 전 재료들에 밀가루를 입히고 계란을 묻혀 구워냈다. 그는 "잠시 앉아 어머니를 도와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차례상에 올린 육원전. B기자는 오후 내내 후라이팬 앞을 떠나지 못하고 전을 부쳤다./사진=박지윤 기자

탕국과 나물은 기자의 몫이었다. 차례상을 '며느리'로서 한번이라도 차려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설프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를 보면서 국과 나물 재료를 다듬었다. 탕국은 그런대로 마무리했지만 나물요리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여기에 고사리 특유의 비린내를 잡지 못해 결국 요리를 망치고 말았다.

송편은 어머니로부터 전수받고 온 C기자가 책임졌다. 송편 반죽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방앗간을 5개 정도 돌고 겨우 얻어온 맵쌀가루 반죽에 깨와 꿀을 넣은 고명을 넣어 빚었다. 송편 모양은 각양각색. 송편을 찌는 데도 수증기가 자꾸 새어 나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미 '식상한' 명절음식… 몇 점 먹다 젓가락 내려놔

5시간만에 완성된 차례상./사진=박지윤 기자

음식을 완성한 후 차례상에 놓고 이를 빼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 이후 차례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터라 다들 허기가 진 상태였다. 하지만 음식에 손이 가질 않았다. 이미 기름냄새과 간을 보면서 먹은 음식들 때문에 맛도 보지 않은 음식에 질린 것이다.

나물이나 탕에는 손도 못댄 채 전 몇 가지를 나눠 먹었다. 식사를 완료했지만 음식 바구니에는 1/4 정도가 남아있었다. A기자는 "음식 만들 때는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할 수 있었는데 막상 음식 남는 게 골치인 것 같다"며 "요즘엔 명절음식을 평소에도 이따금씩 먹을 수 있어 특별하지 않아서인지 손이 잘 안간다"고 말했다.

이날 차례상을 차리고 남은 전들./사진=박지윤 기자

D기자는 "명절음식 자체가 양념이 많지 않아 맛 차이를 잘 못느끼겠다"며 "명절음식이 줄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차례상을 치운 뒤 B기자는 40여분 동안이나 설거지를 했다.

키친타월, 일회용 행주 등을 모으니 20리터 짜리 쓰레기 봉투 하나가 꽉 찼다. 포장용기 등 재활용 쓰레기도 라면박스 1개 분량이나 됐다. 음식물 쓰레기는 약 3kg 분량이 나왔다. 잔반 처리가 곤란하다며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남은 음식들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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