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의 여진을 관측하면서 기준을 중간에 바꿨다.
폭염 오보 논란에 이어 이번 지진에서는 분석 잣대를 오락가락 적용하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기상당국에 따르면 기상청은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본 지진 이후 여진을 분석하면서 여진의 기준을 '규모 2.0 이상'으로 잡았다가 13일 오후 5시부터 슬그머니 1.5로 바꿨다.
이번 경주 지진은 전진(본 지진에 앞서 일어난 지진)과 본 지진, 여진을 합쳐 15일 오전 9시 기준 315회를 기록하는 등 국내 지진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안감도 크고 당국의 정확한 분석 역시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여진의 기준을 중간에 변경한 이유가 황당하다. 본 지진 직후에는 여진이 너무 많이 발생해서 기준을 높여 잡지 않으면 분석할 능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스스로 무능을 시인한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주 강진 이후 여진이 많게는 1분에 3~4번, 10초 간격으로 쏟아져 바로 분석할 겨를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리 기상청은 지진 규모를 판단할 때 사람의 수작업을 거친다.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먼저 자동분석 시스템이 지진파를 잡아내면 이후 사람이 이를 재분석하는 방식이다. 지진의 규모가 얼마인지도 사람이 최종 확정한다.
12일 오후 본 지진 발생 직후부터 13일 오후 5시까지는 한꺼번에 많은 여진이 발생해 일일이 사람이 분석할 수 없었고 따라서 2.0 이상의 상대적으로 판별이 쉬운 여진만 숫자를 세었다는 얘기다.
물론 여진 기준이 어느 하나로 정해진 건 없다. 2.0이든 1.5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는 운영체계가 문제다.
여진은 보통 본 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본진에 의해 파괴되거나 취약해진 구조물을 재차 파괴 시키는 등 지진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여진 관측과 분석에 허점이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더욱이 기상청은 중간에 바뀐 여진 기준조차 내부에서 제때 공유하지 못했다. 비상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적 사항인 여진의 기준 하나도 담당자마다 말이 다를 정도로 우왕좌왕했다.
여진이 절정이던 13일 기상청 관계자는 "규모 2.0 이상이 여진의 정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15일 또 다른 기상청 관계자는 "0.1 단위 규모도 여진"이라며 "현실적으로 셀 수 있는 여진 규모가 1.5 이상"이라고 밝혔다.
여진 기준이 변경된 시점도 말을 계속 바꾸었다. 기상청은 13일 오후부터 기상청 홈페이지 속보창에 여진 규모 기준을 1.5로 표시했다.
하지만 당시 기상청 관계자는 "속보창에 표시된 여진 기준(1.5)이 틀렸고 2.0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15일 오전에는 또 다시 "여진 기준을 14일 오전부터 바꿨다"고 했다가 나중에 다시 "13일 오후 5시부터 1.5로 바꾼 게 맞다"고 정정했다.
국가적 재난·기상이변 상황을 맞을 때마다 관계 당국에 쏟아지는 비난은 끊이지 않는다. 국민안전처는 경주 지진 발생 당시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긴급재난문자를 늦게 발송해 부실·늑장 대응이란 비난을 받았다. 앞서 기상청은 7~8월 장마와 폭염을 맞아 연이어 오보를 내며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