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주춤했던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식하기 알맞은 기온과 강수량이 조성되면서 급증한 모기는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 등 심각한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적당한 강수량·기온 '가을 모기' 15% 증가
20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주요 시·도 10곳에서 채집한 지난달(1~27일) 모기 일 평균 개체수는 3729마리로 전년동기(3251마리)보다 14.7% 가량 많다. 통상 모기의 수명은 1~2개월로, 8월 중순 이후 부화한 모기들이 이달까지 본격 활동한다.
올 여름엔 지난해보다 개체수가 현저히 적었으나 지난달부터 모기 개체수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국립보건연구원이 올 4월부터 7월 중순까지 채집한 모기 개체수는 일 평균 5758마리로 전년(9071마리)에 비해 36.5% 급감했다. 이는 2011~2015년 같은 기간 채집된 평균 개체수(8700마리)보다도 33.8% 감소한 수치다.
8월 말 이후 모기가 증가한 원인으론 서식에 알맞은 기온·강수량 조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힌다. 올 여름 최고 40도를 육박하는 폭염과 적은 강수량 탓에 활동이 뜸했던 모기가 최근 서식에 알맞은 20도 안팎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급증하게 된 것이란 게 국립보건연구원의 설명이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주요 모기 서식지인 물 웅덩이가 말라버렸고 활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 여름 더위로 번식시기를 놓친 모기들은 이번 가을을 맞아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기온·강수량에 민감한 모기는 섭씨 25도 안팎에서 가장 생식이 활발하고 13~15도에서도 번식한다. 적당한 강수량도 생식에 필수요소다. 다만 기온이 32도 이상되면 모기의 생식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폭염일수(최고 33도 이상)는 5.5일로 평년(3.9일)보다 크게 증가했다. 열대야일수(오후 6시~오전 9시 25도 이상)도 평년(2.3일)보다 1.7일 많은 4일 발생했다. 강수량은 평년보다 다소 적었다.
알맞은 서식환경에 맞춰 늘어난 모기는 먹이(혈액)를 찾아 실내로 유입됐다. 도심 속 모기는 차가운 바깥 공기를 피해 먹이를 공급받을 수 있는 따뜻한 집·건물 등 실내로 향한다. 대형 건물의 정화조 등에 서식하는 모기가 적당한 환경에 맞춰 겨울에도 활발히 활동하기도 하는 이유다.
조기방역도 한 몫했다. 방역 당국은 올해 초 모기 매게 감염병인 지카 바이러스 위협으로 대대적인 방역·방제를 실시했고 폭염과 맞물리면서 모기 개체 수 감소 효과를 낳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폭염에 물웅덩이가 말라 모기 서식지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 초 지카바이러스로 방역 인력·기간을 2배가량 늘리면서 감소했던 모기가 최근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뇌염 환자 90%, 9~11월 집중… 건강 적신호
'가을 불청객'인 모기가 늘면서 건강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폭염에 잠잠했던 모기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감염병 발병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일본뇌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근 4년 사이 14명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 3명(사망자 없음)이었던 일본뇌염 환자는 △2012년 20명(사망 5명) △2013년 14명(사망 3명) △2014년 25명(사망 4명) △2015년 40명(사망 2명) 등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들 일본뇌염 환자 10명 가운데 9명 가량은 9~11월 사이에 발생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일본뇌염 환자 104명 가운데 93명(89%)이 9~11월에 발생했다.
올해 일본뇌염 환자는 현재 2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없다. 다만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릴 경우 환자수가 크게 급증할 수 있다는 게 보건 당국의 우려다. 말라리아·뎅기열 등 다른 질병 환자는 주로 해외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일본뇌염 환자의 95%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의식장애·경련·혼수에 빠질 수도 있다. 급성신경계 증상으로 20~30%는 사망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은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일본뇌염 방제를 위해 다음 달 초까지 방제작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야외 활동시 모기가 좋아하는 밝은 색 의류 착용을 자제하고 긴 소매를 입고 모기 기피제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