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전 오늘…진짜 '여배우' 출연한 첫 한국영화

이미영 기자
2016.11.14 06:00

[역사 속 오늘] 한국 감독, 배우 등장한 최초의 한국영화 '월화의 맹서'…여배우 이월화가 주연맡아

영화 '월화의 맹서'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이월화/사진=위키피디아

흑백영화를 본 조선인들은 크게 놀랐다. 음성도 들리지 않았고 화면도 희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영화에 여느때 보다 몰입했다. '스토리'가 있는 한국 영화를 처음 본 것. 또 다른 충격은 화면에 등장한 '진짜' 여배우였다. 그의 이름은 이월화. 여자역도 남자가 분장하고 출연했던 것이 당시 업계의 불문율. 일제 치하 시절, 전국으로 배포된 이 영화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95년 전 오늘 (1921년 11월14일) 우리나라 최초의 극영화 '월화의 맹서'가 탄생했다. 당시 작가이자 민중극단을 이끌던 윤백남 선생이 감독을 맡았다. 이는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도 모두 조선인이었던 최초의 영화다.

특히 눈에 띈 건 여주인공. 조선 연극배우로 활약했던 이월화가 주인공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여자는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다. 여성 역할을 맡는 남성이 있을 뿐이었다. 여배우라는 단어가 이월화를 계기로 처음 등장하게 됐다.

두번째 주목 받았던 것은 영화에 내용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음성이 나오지는 않지만 영화에는 스토리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 극본은 윤백남 선생이 맡았다.

월화의 맹서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득과 정순은 정혼한 사이였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영득은 노름판과 술집을 다니며 돈을 탕진했다. 그는 결국 집 재산을 다 날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정순의 아버지가 알뜰하게 저축해 두었던 돈을 찾아 영득의 빚을 갚아 준다. 영득은 자신의 지난날들을 반성하고 새 사람이 돼 단란한 보금자리를 꾸린다.

윤백남 선생은 이날 제작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촬영해 들어간다. 영화는 1년5개여월 만엔 1923년 4월 공개됐다.

이 영화의 투자는 조선 총독부를 통해 이뤄졌다. 총독부 내에 있는 체신국에서 저축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캠페인 영화였다. 이 영화가 전국에서 무료로 상영된 이유기도 하다.

물론 이 전에도 한국인이 만든 영화는 십여편이 있었다. 일각에선 1919년에 김도산(金陶山)이 감독한 '의리적 구투'를 최초의 한국 영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연극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고, 나머지는 실제 연극으로 진행하는 '연쇄극'의 형태로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0% 영화로 극을 보여준 것은 '월화의 맹서'가 처음이란 얘기다.

한편 이 영화로 최초의 여배우 타이틀을 얻은 이월화의 삶은 생각보다 불우했다고 전해진다. 작고 통통한 체구에 가는 눈매를 가졌던 그는 특유의 호소력 있는 연기로 인정받았었다. 그러나 음성이 등장하지 않아 세밀한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영화에서는 그의 매력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는 1933년 3월 상해를 오가며 활동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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