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울린 S여중 집단교사 성폭력, SNS로 잡았다

김평화 기자
2016.12.15 15:24

피해 학생들, '공론화' SNS 만들어 폭로…가해 교사들 담임·수업 배제, 8명 경찰 수사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중학교 교사들의 만행이 세간에 폭로됐다. 다름아닌 피해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모았다. 교육청은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 학생의 용기가 현실을 바꿨다. 서울 S여중에 재학 중인 A양은 이달 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에 'S여중·고 문제 공론화'라는 제목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학교 교사들의 성추행이나 성희롱 사례를 제보받는 계정이다.

계정이 만들어진 이후 매일 수십건씩 제보 사례가 게시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이 계정에 "선생님이 여학생 팔뚝을 자주 만지며 '팔뚝 느낌이 제일 가슴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술 전공 학생들에게 '누드화도 그리냐'고 했다", "너는 엉덩이가 큰데 왜 짧은 치마를 입느냐"는 등 신체적 언어적 성폭력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졸업생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이 학교 졸업생 B씨는 "10년이 지났지만 사춘기 내내 고생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제보 글 중에는 한 교사가 이 학교 출신 30대 유명 여자 가수의 엉덩이를 대걸레로 때려봤다며 자랑처럼 말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졸업생들까지 가세해 학교 내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최근에 생긴 게 아니고 오랜 기간 묵인 돼 왔음이 드러났다. A양은 "학생들은 수치스러움을 느껴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쉽게 입밖에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SNS에 익명으로 올릴 수 있어 용기를 냈는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S여중 사례가 이슈화되자 서울 시내 다른 지역의 C중학교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달 10일 트위터에 개설된 'C중 성희롱 공론화' 계정에도 "한 교사가 여자가 성폭행당하는 이유는 짧은 치마와 파인 옷 때문이라고 했다"는 등 불과 며칠 만에 제보 글 수백 개가 게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분노가 언론에 보도되는 등 이슈화되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12일 S여중 전교생 27학급 7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SNS에 폭로된 내용과 일치하는 응답을 다수 확보한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S여중 교사 8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학생들의 시험 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피해자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강남교육지원청과 본청 학생생활교육과는 S여중에 대한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교사들은 학생과 분리 조치하도록 권고했다.

S여중 측은 일단 문제의 교사들을 담임직과 수업에서 배제했다. 이 학교는 이미 이달 3월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자 교사 1명을 해임했다. 해임된 교사는 이번 경찰 조사대상 8명 중 1명이다.

S여중 관계자는 "최근 학생들이 개설한 SNS 계정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해당 교사들에 대해 징계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예방 연수를 강화하는 한편, 학생들에게는 성추행 대응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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