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원, 억울한 노동자들 구할까?

박보희 , 한정수 기자
2017.07.15 05:03

[the L] [Law&Life-해고될 잘못②] "전문성 강화·신속성 위해" vs "노동전담 재판부로 충분"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현재 법원이 전문법원을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시급히 검토해야 할 것이 노동법원이다."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비단 조 후보자 뿐이 아니다. 많은 법조인들이 노동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말한다. 고용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노동문제를 둘러싼 법리 다툼이 날로 첨예해지는 탓이다. 최근 대법원의 '24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판결에 대한 논란이 노동법원 설치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노동계 등 노동법원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선 '전문성 강화'를 말한다. 전문 법원을 설치함으로써 유사한 사안을 두고 각급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리는 '오락가락' 판결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 권두섭 변호사는 "일률적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노동 문제의 특성을 고려해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별도 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노동 전담 재판부가 있어 별도 법원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논리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법관들의 노동 전담 재판부 근무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충분히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오락가락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사건이 민감하고 어렵다는 뜻으로 노동법원 설치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노동법원 도입으로 절차적인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권 변호사는 "노동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3∼4년이 걸린다"며 "소송이 길어지면 변호사 선임 등 비용도 늘어나는데, 실제 시간이나 비용 문제로 포기하는 노동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법원이 도입되면 절차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 반론이 적지 않다. 이미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관련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위는 사건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심문회의를 연다. 이후 판정일부터 30일 이내에 판정 결과를 당사자에게 보낸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동 사건의 90% 이상이 지노위에서 끝난다.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는다는 뜻"이라며 "법정 싸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럼에도 노동법원 도입 주장은 힘을 얻어가고 있다. 권 변호사는 노동 사건의 특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증거가 사용자(회사)에 있고 노동자가 증거를 갖고 있기가 쉽지 않다"며 "증거의 편중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에서도 노동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이 생긴 뒤 모호했던 판단 기준이 통일되고 이 기준이 전국적으로 전파되는 등 순기능이 있었다"며 "노동법원 역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신속한 권리 구제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법원 도입을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노동법원 도입을 위한 노동소송법안 등 10개 법률 제·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그는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노동 전담 법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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