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중생 사망 사건 피의자 이모씨(35·구속)가 9일 오후 2차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날 휠체어에 탄 채 경찰에 출석했으나 1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나올 때는 직접 걸어서 이동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6시15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며 취재진과 만나 "어떤 내용 진술했나", "범행 동기가 무엇인가" 등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이번 조사에서도 살인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혐의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으나 이씨가 횡설수설해 조사에 진척이 없었다고 밝혔다. 숨진 여중생 A양(14)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끈으로 목을 조른 타살 정황이 나온 만큼 경찰은 살인 혐의에 무게를 두고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살인 등 범죄 혐의에 대해 횡설수설 해 조사가 불가능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과 증거 등) 감정 결과를 토대로 범행 방법·동기를 추가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구인 A양 사체를 함께 유기한 정황이 있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이씨의 딸(14)은 이날 의식이 돌아와 병원에서 1시간가량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양 역시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말이 어눌하고 피곤한 기색이었다"며 "쉬고 싶다는 식으로 얘기 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양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전날까지 의식이 없었다.
이씨는 이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휠체어를 타고 경찰서로 들어갔다. 조사받고 나갈 때는 휠체어 없이 스스로 걸어 나왔다.
이씨는 조사 받으러 들어갈 당시 '여중생을 왜 살해했나', '범행 동기가 무엇인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다가도, 피해자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묻자 "들어가서 얘기(하겠다)"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전날 첫 소환조사에서도 이씨는 범행 방법·동기나 혐의 인정 여부 등 사건과 관련된 질문 일체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사체 유기 혐의는 인정했으나 살인 여부 등의 질문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장소로 추정되는 이씨의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비닐 끈, 드링크병, 라텍스장갑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이씨 휴대폰과 태블릿PC 등에 대해 디지털포렌식(사용내역 분석) 작업도 의뢰해 감식 중이다.
경찰은 이씨 부녀 외에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도 조사 중이다. 이씨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 도피)로 구속된 박모씨(36)에 대한 조사는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 대상자는 수사 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이은 경찰 조사로 살해 혐의 인정 여부, 범행 동기 등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딸과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을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3일부터는 은신처인 서울 도봉구 한 주택에서 지내다가 5일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이씨 부녀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이씨는 딸과 함께 유서형식의 동영상을 남겨 피해자의 죽음이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정황상 피해 학생의 시신을 유기한 뒤 딸과 동반자살을 시도하기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어금니 아빠'라는 별칭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얼굴 뼈가 계속 자라는 희소병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 치료비를 모금했는데 이때 사용한 별칭이다. 이씨 역시 같은 병을 앓다 치아 중 어금니밖에 남지 않아 이 같은 별명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