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거리마다 카탈루냐 국기, 평온 속 불씨 여전

바르셀로나(스페인)=이보라
2017.11.17 15:01

주택가 곳곳 카탈루냐 국기로 독립 찬성 표시… 일부 시민들, 무관심·타협안 지지도

15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네타 해변 앞에 있는 주택 베란다에 카탈루냐 독립을 찬성하는 의미인 카탈루냐 국기와 반대를 뜻하는 스페인 국기가 동시에 걸려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75만명이 '자유'를 외쳤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평온을 되찾았지만 거리 곳곳에 내걸린 카탈루냐 국기에서 여전히 독립을 향한 불씨가 보였다.

15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바르셀로나 중심 그라시아 거리는 불과 4일 전 카탈루냐 독립파 지도자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라는 게 믿겨 지지 않을 만큼 평온했다.

세계적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나온 관광객들이 거리를 지켰다. 상점은 정상 운영됐고 시민들도 제각각 할 일을 하기 바빴다.

그럼에도 도심 곳곳에서는 카탈루냐 독립 열기가 여전했다. 구도심과 바르셀로네타 해변 등에 있는 주택가에는 카탈루냐 독립 찬성을 뜻하는 카탈루냐 국기가 창문 밖으로 여기저기 걸렸다. 스페인어로 독립을 찬성한다는 의미인 'Si'(긍정 대답)가 적힌 플래카드도 보였다.

구도심에 위치한 산타 카테리나 시장 안에도 카탈루냐 독립을 찬성하고 독립파 지도자 석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에는 '자유! 당신들이 저희의 집에 있기를 원합니다. #조르디(jordi·구속된 지도자 중 하나) 자유'라는 내용이 카탈루냐어로 적혔다.

15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산타 카테리나 시장 안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플래카드에는 '자유! 당신들이 저희 집에 (돌아오길) 원합니다. #조르디(jordi·구속된 지도자 중 하나) 자유'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뇌부를 구속하고 내각을 해산하는 등 강경책을 펴자 독립 찬성 여론이 거세진 상황이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에서 장을 보던 몬세라시(72·여)는 "그간 시위에 전부 참여했다. 카탈루냐 독립을 완전히 원한다"며 "무고한 정치인을 감옥에 넣는 것을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 상인 조셉 발라구에르(47)는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에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우리도 대우를 안 해주는 곳에 있고 싶지 않다"며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했다.

카탈루냐 주민 모두가 독립을 염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여러 카탈루냐 국기 사이로 내걸린 스페인 국기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의 일부 기능만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는 타협안을 지지했다.

바르셀로나대학에 재학 중인 다니엘(21)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완전 독립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자치를 얻는 방안을 선호한다"며 "역사적으로 스페인에 억압받아 생겨난 카탈루냐의 민족주의 감정은 때로 우월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독립 문제에 무관심한 젊은 층도 다수 있었다. 마르타 몬세라(23·여)는 카탈루냐 독립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치 문제라고 생각해 관심이 없다"며 "독립이 되든 안 되든 나와 큰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중심가이자 구도심인 그라시아 거리의 한적한 모습./사진=이보라 기자

이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은 조심스럽다. 독립이나 정치 불안 등 변수가 생기면 외국인으로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대 4학년인 한국 유학생 박수형씨(21)는 "타국 정치상황에 개입하고 싶지 않고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어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항상 중립을 지킨다"며 "독립을 하면 어떤 피해를 입거나 혹은 이득을 얻을지 몰라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독립 시위로 도시가 마비돼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년째 바르셀로나에서 한인식당을 운영 중인 60대 강모씨는 "시위를 한번 하면 거리가 막히고 교통이 통제된다"며 "물품 배송에 차질이 생기고 관광객도 감소하는 피해가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헤로나·레리다·타라고나의 4개주(州)로 이뤄진 카탈루냐 지역의 독립 행보는 6월부터 시작됐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10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뒤 지난달 독립을 선포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내각을 해임하고 주의회를 해산하며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내달 21일에는 새 자치정부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지방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카탈루냐 자치정부 주요 인사들은 반역 등의 혐의로 스페인 당국에 수배됐으며, 일부는 이미 관련 재판에 회부 됐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은 벨기에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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