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던 인바운드 관광(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시장이 미국·이란 전쟁 영향으로 위축 우려가 나온다. 관광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항공료 상승으로 이미 수요 감소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미국-이란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2월 GCC 6개국(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의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47.1% 줄어들었다. 모든 국가들 중 가장 높은 감소 폭이다. GCC 6개국은 1인당 평균 지출액이 4454달러(한화 약 672만원)로 전체 평균의 2배가 넘는 최대 손님 중 하나다. 아직 집계 중인 3월 수치까지 포함하면 감소 폭은 더 클 전망이다.
같은 기간 호주(1.4%↓)나 뉴질랜드(10.4%↓), 멕시코(16.6%↓)등 거리가 먼 국가의 여행객도 쪼그라들었다. 베트남(2.3%↓)이나 말레이시아(9.3%↓)등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국가도 수치가 감소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통상 2월이 여행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 수준이 이례적인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주된 요인은 중동 긴장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다. 항공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할증료가 폭증하면서 여행 부담이 늘었다. 중국, 일본 등 가까운 국가의 영향은 적었지만 거리가 멀거나 구매력이 낮은 국가의 여행객들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권되는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는 전달 대비 3배 가량 올랐다.

당초 관광업계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목표치를 2200만명으로 제시하며 큰 폭의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해외여행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면 일정 수준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체 관광객의 40~50%가 방문하는 시기인 여름~가을 성수기까지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 전년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이미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는 (단체) 여행객들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먼 국가 위주로 수요가 감소하며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거나, 달성하더라도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광 대국들도 일제히 올해 예측치를 줄이고 있다. 관광산업이 GDP(국내총생산)의 12%를 차지하는 태국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전망치를 최소 3000만여명으로 18% 낮췄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달 영국의 해외여행 수요가 줄고 있다는 관광청 통계를 인용해 "글로벌 여행 시장 수요 위축은 적어도 여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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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공사 등 역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 중심으로 중동전쟁 및 고유가 대책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고 국가별 입국자 통계, 항공 노선 감편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4월 이후로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영향이 적은) 근거리 시장 위주의 마케팅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