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플',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남형도 기자
2018.04.30 03:00

직원·지인 총 56명 동원해 공감·비공감수 조작…베플 손쉽게 완성, '10초 제한룰'은 효과적

'베플(공감수가 가장 많아 상위에 배치되는 댓글)'이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씨(49·필명 드루킹) 일당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해서다. 해당 의혹에 동원됐다 밝혀진 아이디는 총 614개. 이를 통해 인위적 여론을 조성했단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포털의 베스트 댓글이야말로 온라인 여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댓글 폐지론'까지 일자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긴급히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총 4가지로 △24시간 내 공감·비공감 참여는 '최대 50회' △1개 기사에는 댓글 '최대 3개'까지 작성 △다음 댓글 작성할 때까지 '60초 시간 제한' △다음 공감·비공감 누를 때까지 '10초 시간 제한' 등이었다.

과연 이 같은 방식으로 베플 조작을 막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28일 오전 9시30분부터 10시, 29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조직적으로 베플 조작이 가능한 지 직접 실험해 봤다. 회사 직원, 지인 등을 총 동원해 56명에게 댓글의 공감·비공감수를 누르도록 했다.

기자가 작성한 댓글에는 공감, 다른 댓글에는 비공감을 매기는 방식이었다. 핸드폰 번호 하나당 네이버 계정 3개씩 만들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총 168개의 아이디로 실험이 가능했지만, 대다수는 1개에 불과했고 일사불란하게 다 같이 공감을 누르지 못하며 모두 참여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의 한계는 존재했다.

28~29일 이틀 동안 기자가 작성한 댓글들. 일정 룰과 지인 56명을 동원하니 베플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사진=네이버 댓글 캡쳐

실험 대상은 네이버 메인 화면(사이트를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화면)에 배치되는 기사 14개였다. 이중 총 4개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메인 화면에 올라온 지 얼마 안돼 댓글이 막 달리기 시작하는 기사가 주요 타겟이었다. 공감수가 막 올라가기 시작할 뿐 아니라, 시간순으로도 빨리 달 경우 베플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댓글은 내용에 따라 △공감을 얻을만한 것 △비공감을 얻을만한 것 △전혀 쌩뚱맞은 것 세 가지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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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명 동원해 '공감수' 조작…초반만 잡으면 베플 만들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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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이틀 동안 기자가 작성한 댓글들. 일정 룰과 지인 56명을 동원하니 베플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사진=네이버 댓글 캡쳐

우선 혼자 실험삼아 한 번 연습해보기로 했다. 지난 28일 오전 9시30분쯤 네이버 메인 화면에 '남북 정상 함께 언론 발표는 처음…김정은 육성 전세계로 생중계' 기사가 걸렸고, 약 3분 만인 9시33분 '첫 발 잘 뗐다고 생각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좋은 협력 통해서 통일 향해 하나씩 진전시켜나가길'이라고 댓글을 작성했다.

그리고는 기존에 만들어 둔 다른 네이버 계정 2개를 동원해 공감을 눌렀다. 그리고 베플로 상승하는 다른 댓글에는 비공감을 누르기 시작했다.

초반 판도가 쉽게 잡혔고, 금새 최상단에 기자의 댓글이 보였다. 이후로는 공감 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 손쉽게 풀렸다. 그 와중에도 다른 댓글이 올라올라치면 비공감을 계속 눌렀다. 기자의 댓글은 29일 오후 2시39분 현재 첫 번째 베플이 됐다. 공감수는 2540개, 비공감수는 95개였다. 순공감순으로도, 공감비율로도 가장 높았다.

다른 기사에는 조직적 공감수 조작을 유도했다. 29일 낮 12시54분, 네이버 메인에 배치된 '공은 이제 북미정상회담으로…'비핵화' 구체화가 관건'이란 제목의 자사 기사에 '아직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지가 관건이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56명에게 해당 댓글엔 공감, 나머지 댓글엔 비공감을 눌러달라고 요청했다.

여러명이 한 번에 누르니 공감수가 더 쉽게 한 번에 쭉 올라갔다. 불과 5분 만에 베플이 최상단에 배치됐고, 공감수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29일 오후 2시52분 기준 공감수 105개, 비공감수 11개를 받아 순공감순으로 두 번째 베플이 됐다. 공감비율순으로는 첫 번째 베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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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도 베플, 여론 거스르면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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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전혀 관련없는, 쌩뚱 맞은 댓글도 일정 룰과 지인 56명을 동원하니 베플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사진=네이버 댓글 캡쳐

기세를 몰아 쌩뚱맞은 댓글도 베플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29일 오후 1시10분쯤 '문자메시지·이메일로 손해사정서 제공 가능해진다'는 제목의 네이버 메인 기사에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어 똑같은 방식으로 공감·비공감수 조작을 요청했다. 10분 만에 공감수 15개, 비공감수 0개로 베플에 등극했다. '보험약관도 안 읽는데 손해사정서가 도움이 되겠느냐'는 다른 누리꾼의 관련 댓글은 비공감이 많아 최하위로 내려갔다. 이날 오후 3시3분까지도 공감수 26개, 비공감수 2개로 첫 번째 베플을 유지했다.

반면 대세 여론을 거스르는 내용의 댓글은 베플 조작이 쉽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41분, 문재인 대통령이 "북일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지 3분 만에 '문 대통령이 왜 북일 외교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삐딱한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공감·비공감을 유도했지만 공감수 만큼 비공감수도 급격히 늘어(이날 오후 3시7분 기준 공감수 16, 비공감수 16) 베플이 되는데에는 실패했다.

대세 여론을 거스르는 내용의 댓글은 베플 조작이 쉽지 않았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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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여러개 동원하면 '구멍', 10초 시간 제한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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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내놓은 대책 중 일부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특히 '10초 공감·비공감 시간 제한 룰'은 다들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총 4번의 베플 실험 결과 댓글 정책에 대한 보완은 필요해보였다. 여러개의 아이디로, 여러명이 한꺼번에 마음 먹고 공감·비공감수를 조작할 경우 얼마든 베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험에 참여한 김모씨(33)는 "베플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며 "진짜 제대로 하면 여론 조작은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험 참여자 박지환씨(31)도 "온라인 여론을 베플이 좌우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조작이 가능하다면 아예 댓글을 없애던지, 아이디를 많이 못 만들게하던지, 공감·비공감을 없애던지 해야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 중 일부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특히 '24시간 내 공감, 비공감 50회 제한 룰'은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다만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 중 일부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특히 '10초 공감·비공감 시간 제한 룰'은 다들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험 참여자 한지연씨(27)는 "공감을 하나 누르고 또 비공감을 누르려면 10초 있어야 해서 예전처럼 막 누르긴 확실히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24시간내 50회로 제한한 공감·비공감 참여도 효과적이었다. 한상덕씨(36)는 "계속해서 공감·비공감을 눌렀더니 50회까지 가능하다고 뜨면서 제한이 걸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베플 조작이 여전히 가능하다며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장의사'인 박형진 이지컴즈 대표는 "네이버 아이디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 개당 몇천원선으로, 해킹한 아이디까지 팔고 있고 이를 가지고 얼마든 베플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이디 거래를 단속하고 어뷰징(조작) 행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댓글 실명제도 필요하고 네이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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