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지원사업'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사찰 부담금을 대신 내주고 보조금을 타낸 업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업체와 공모한 일부 사찰 주지는 약식기소했다. 업체 선정 당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단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사행 행위·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재민)는 지난달 중순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계종 전통사찰 방재 예측시스템 구축 사업 담당 업체 2곳 대표 김모씨와 이모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전국 28개 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하며 사찰 주지와 공모해 사찰이 내야 할 자부담금을 대신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찰에서 자부담금을 내야 국가에서 보조금이 나왔는데 자부담금을 내기 꺼리는 사찰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업체가 사업을 따내려고 사찰 부담금 20%를 대신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에는 1억짜리였지만 실제로는 8000만원짜리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사기혐의가 적용됐다"며 "공사비를 절감해 수익을 챙기거나 유지보수 사업에서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지원사업은 2012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조계종 종단 소속 전통사찰 938곳에 전기화재예측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규모는 2500억원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각각 1000억원씩 보조금 2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사찰이 부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한 사찰의 사업규모가 1억원이면 국가보조금과 지방비가 4000만원(40%)씩 총 8000만원이 들어가고 나머지 2000만원은 사찰이 부담하는 식이다.
이번에 적발한 28개 사찰의 방재시스템 사업규모는 총80여억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 65억원가량을 지급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보조금은 총 1340억원으로 사찰 732곳에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
검찰은 업체와 공모해 자기 부담금을 대신 내게 한 전·현직 주지 스님 28명 가운데 25명은 받은 돈을 공탁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공탁금을 내지 않은 3명은 약식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조계종이 김씨 등 업체를 선정할 당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단 관계자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정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은 수사대상이 아니었지만 시민단체 의혹제기로 들여다봤다"며 "조계종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보조금을 지급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추가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방재시스템을 구축한 사찰 640여개를 전수조사했다. 문체부는 이 가운데 18개의 문제 사찰을 발견하고 추가 정밀조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