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냈다. 연일 한반도를 덮고 있는 미세먼지 대응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미세먼지를 추경 편성 요건 중 대규모 재해로 인식하고 나랏돈을 쏟아붓겠다는 의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 시 추경을 긴급 편성하더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추경은 정부가 시급한 경우에만 쓸 수 있는 비상금 성격이라 함부로 편성할 수 없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 △대규모 재해(자연재난·사회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5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추경 편성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미세먼지가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 지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가재정법 상 가장 근접한 편성 요건은 대규모 재해다. 대규모 재해인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자연 재난은 태풍, 홍수, 강풍, 대설, 폭염, 화산 활동, 소행성 추락 등을 의미한다. 정부는 2002년, 2003년, 2006년에 자연 재해를 이유로 추경을 편성한 적 있다. 추경은 태풍 루사, 매미에 따른 재해 복구 비용으로 쓰였다.
사회 재난의 정의는 화재, 붕괴,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감염병 등으로 인한 피해다. 사회 재난은 2015년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추경 요건 중 대규모 재해에 포함됐다. 당시 정부가 메르스 추경을 편성했는데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자연 및 재난관리 기본법은 법에서 열거한 재난 외에 자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도 자연 재난으로 보고 있다. 태풍 피해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실제 재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다. 사회 재난 쪽에선 환경오염사고 등이 미세먼지와 연관성 있어 보인다.
자연 재해 대책 복구비용으로 쓸 수 있는 목적예비비가 올해 1조8000억원 있는 가운데 추경 카드를 꺼낸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예산에 포함된 목적예비비부터 지출해 재정 효과를 살펴보는 게 먼저라는 인식이다.
넉넉하지 못한 세수 사정은 이런 비판을 뒷받침한다. 추경 재원 중 하나인 올해 오차세수는 최근 몇 년과 달리 적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추경 규모가 클수록 국채 발행 가능성도 확대되는데 이는 재정에 부담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