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장애인 500여명이 26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한목소리로 외쳤다. 올해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지만 현 상태로는 형식적인 '가짜' 폐지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장애등급제 폐지는 인권적 측면에서 장애를 등급으로 매기는 '딱지'를 떼자는 취지였다.
게다가 등급에 상관없이 돌봄의 필요 정도에 따라 실질적인 복지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바꾸기를 장애의 정도가 심하거나, 심하지 않거나 두 등급으로 조정한 것이 장애등급제 폐지의 골자였다.
문제는 필요한 곳에 장애복지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와 달리 등급에 따른 지원에서 종합조사표 작성을 통한 지원으로 바뀌면 이에 걸맞게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 문제가 걸림돌이다. 실질적인 예산 확대 없이는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이 힘든데, 올해 예산편성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장애인단체들의 주장이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실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 수준의 장애인복지예산을 유지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허울뿐"이라며 "장애등급제 폐지가 진정으로 장애인의 삶을 바꾸려면 OECD 평균 수준(8조원)의 장애인복지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올해 장애인복지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예산은 1조35억원으로 지난해(6907억원)보다 45% 가량(3128억원) 늘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비스 단가가 1만760원에서 1만2960원으로 20.5% 늘고, 복지부가 예상한 서비스 이용 대상자가 7만1000명에서 8만1000명으로 14.1% 늘어 실제 예산 증가의 효과가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실제 일부 장애인들이 제공 받는 서비스 시간은 더 줄어들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결국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가 예산 문제라는 것이다.
조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로 서비스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예산을 크게 확대하지 않으면 개인에게 돌아가는 서비스 수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정책실장은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상관없이 의학적 손상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장애등급제의 가장 큰 문제"라며 "장애 당사자가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서비스 질 개선이 수반돼야 장애등급제 폐지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