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의무' 위반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에 내린 증권선물위원회의 행정처분에 대해 1심과 같이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두고 법원과 검찰의 시각차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검찰이 '분식회계'를 기정사실로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법원은 삼성 측 주장을 좀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이승영)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징계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에서 "본안재판의 1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1심에서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 측 주장이 1,2심에서 잇따라 받아들여진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에 의해 증선위가 지정한 감사인이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으로 선임되고 삼성바이오 재무담당 임원이 해임될 경우 본안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으로 낙인 찍혀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며 "이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증선위는 이번 결정에 즉각 재항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콜옵션 부분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시위반 및 분식회계를 이유로 7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징계처분을 내린 바 있다. 징계처분의 내용은 △재무제표 재작성 △3년간의 외부감사인 지정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권고 등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징계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한 동시에 해당 징계처분의 효력을 본안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시켜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일단 법원에서는 1,2심 모두 공시위반, 분식회계 등 두 가지 이유로 내려진 징계처분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서울고법의 결정은 공시위반에 관한 건이다. 앞서 별개의 절차로 진행된 분식회계 관련 징계처분 효력정지 사건도 삼성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현재 대법원에 넘어가 있다.
원칙적으로 가처분 신청의 인용·기각 여부는 본안소송의 흐름과 별개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 판단을 그저 단순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평가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행정재판에서의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결정을 내리려면 원고이자 신청인이 본안소송에서 질 것이 명백하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한다"며 "1심에 이어 2심도 삼성바이오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삼성바이오 측 주장을 본안소송에서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는 얘기"라고 했다. 실제 삼성 측은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분식회계를 기정사실화하지 말아달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검찰은 법원과 달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기정사실로 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삼성바이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4대 회계법인 및 삼성바이오가 해외 상장을 추진했을 당시 주관사였던 글로벌 IB(투자은행) 한국지사 2곳까지 대규모로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상무 2명을 비롯해 삼성에피스 임직원 2명 등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바이오 김태한 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수사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분식회계로 작성된 허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가 대출사기까지 벌였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등 수사폭을 확대하고 있다. 분식회계 관련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뿐 아니라 분식회계를 전제로 한 추가 범행까지 내다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원이 증선위의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더 살펴봐야한다는 판단을 해 이를 기정사실로 한 검찰과는 다른 시각을 보이면서 본안 판결이 나올때까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