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범기업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 압류 결정문을 받고도 일본제철 측에 송달하지 않고 반송하면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절차에 적신호가 켜졌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외교부에 일본 측 송달이 이뤄지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전날인 6일 외교부에 요청문을 보내 해외송달요청서를 다시 일본 측에 발송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일본 외무성이 동일한 송달거부를 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외교부가 위와 같은 일본 외무성의 국제법 위반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해외송달요청서를 일본 측에 다시 발송할지 여부는 일본제철에 대한 매각명령신청 관련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담당 재판부가 결정하게 된다.
재판부는 다시 외무성에 서류를 송달하는 결정을 내리고 재송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또다시 외무성이 송달을 거부할 경우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을 할 수도 있다. 공시송달이란 증인의 소재나 주소를 알 수 없어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거나 수령을 기피하는 경우 관보 게재, 인터넷 공시 등으로 출석 요구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서 공시송달이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결론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신청 사건에서 재산명시절차는 공시송달절차로 진행할 수 없다며 송달불능을 이유로 각하판단한 바 있다.
대리인단은 "한일 모두 가입돼있는 헤이그송달협약에 따라 외무성은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한 후 일본 법원을 통해 채무자에게 송달요청서에 포함된 주식압류결정문을 송달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외무성은 5개월 넘게 송달 절차를 진행하지 않다가 7월19일에 법원행정처로 반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국가가 헤이그송달협약과 같은 조약을 비준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표명하는 법적행위"라며 "1965년 이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일본정부가 위반했다면 이는 국제법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헤이그송달협약은 협약 체결국간 재판을 진행할 때 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위해 맺은 국제 업무협약이다. 협약에 따라 한일 간 소송 서류는 한국 법원, 법원행정처, 일본 외무성, 일본 법원, 당사자 경로로 전달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측이 계속 송달을 거부했을 때 송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절차로 할 수 있는 게 더이상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그 나라 안에서는 그 나라의 주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문서를 전달하려면 당사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리인단은 헤이그송달협약을 언급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협약일 뿐 강제로 지켜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본제철 측에 서류가 송달되지 않는다고 해서 매각 절차가 이뤄질 수 없는 건 아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매각 단계에 있어서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압류'가 이미 정당하다고 보고 다음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송달이 안 되더라도 다음 매각 단계를 못 밟는 것은 아니고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면서 "다른 비슷한 사건의 재판에서도 채무자 측에 관련 서류 송달이 불능되더라도 매각 절차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1월25일 일본제철에 송달해달라며 발송한 해외송달요청서를 지난달 19일 법원행정처로 반송했다. 반송 사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해당 해외송달요청서에는 지난 1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주식회사 PNR의 주식을 압류하기로 한 결정문이 포함돼 있었다. PNR은 일본제철이 국내에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이 주식을 압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