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육공무원이 정년퇴직날 업무를 보다가 사망했다면, 순직이 인정될까 안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사고를 당했을 당시 이미 '퇴직자 신분'이라 공무상 순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년퇴직은 퇴직 당일이 되는 0시부터 바로 그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퇴직 공무원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A씨의 정년 퇴직일은 2018년 2월 28일이었다. 마침 이 초등학교 배구부 전지훈련 일정이 같은달 26일부터 28일까지 있었는데, 남교사 2명이 개인사정으로 학생들을 인솔할 수가 없어 A씨가 인솔 업무를 대신 맡게됐다.
A씨는 2월 28일 학생들과 별도로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초등학교로 가다가 오후 3시30분쯤 마주 오던 25톤 덤프트럭과 부딪혔고, 차량에 불이 나면서 질식해 숨졌다.
A씨의 부인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공단은 "A씨의 경우 2018년 2월28일 0시에 공무원 신분이 소멸해 사고 일시인 2018년 2월28일 오후 3시30분에는 공무원이 아닌 상태였다"며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상 순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부인은 행정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A씨의 부인은 "A씨 퇴직의 효과는 2018년 2월28일 0시가 아닌 민법 제159조에 따라 2018년 2월28일 24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159조는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할 때 기간 말일의 종료로 기간이 만료된다고 규정했다.
또 A씨 부인은 "퇴직일 이후라 하더라도 적법한 출장 명령에 따라 공무를 수행한 경우 그 출장 종료일까지는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사고 당시 공무원이 아닌 상태였다는 공무원연금공단 측 판단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법에서 규정하는 기간만료시기를 임용의 효과종료시기와 같이 볼 수는 없고, 대법원 판례와 교육공무원법 등을 보면 교육공무원은 8월31일 0시 또는 2월28일 0시에 각각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또 "A씨가 공무원 신분이 아닌 2018년 2월28일 오후 3시30분쯤 숨진 것은 재직 중 공무로 숨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평생 교육공무원으로서 국가 교육 발전에 이바지해왔고 헌신적으로 공무를 수행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무원 신분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부 특별한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더이상 '법정주의'가 유지될 수 없게 된다. A씨의 안타까운 사정보다는 법정주의를 유지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관련 조항
민법 제159조(기간의 만료점)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말일의 종료로 기간이 만료한다.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교장 등의 임용)
⑤ 교장·원장의 임기가 학기 중에 끝나는 경우 임기가 끝나는 날이 3월에서 8월 사이에 있으면 8월 31일을, 9월에서 다음 해 2월 사이에 있으면 다음 해 2월 말일을 임기 만료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