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7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한 폐렴의 공식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참고 바란다"고 보낸 뒤, 대부분의 언론들이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급성 폐렴 질환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그렇게 명명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정확히 하자면 세계보건기구(WHO)는 갑자기 창궐하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임시로' 이름을 정해야 했기 때문에 급박하게 '2019-nCoV'라는 명칭을 붙였을 뿐, 해당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러야 한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서 '임시로' 붙인 이름 '2019-nCoV'
세계보건기구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 증상을 유발하는 병원체인 코로나바이러스에 붙인 '2019-nCoV'라는 명칭은 풀어쓰면 '2019년에 발견된 새로운(novel;new)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것으로 아직 정식명칭은 아니다.
아직 이 바이러스와 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증에 대해선 정확한 국제적 공식명칭이 정해졌다고 보긴 어렵다.
관련 홈페이지(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에서도 세계보건기구는 '임시로(temporarily)' 이 새 바이러스를 '2019-nCoV'라고 부른다고 알리고 있다.(WHO 홈피 원문: This new virus was temporarily named “2019-nCoV.”)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는 걸 알게 됐다. 불과 1주일 뒤인 올해 1월7일, 중국 당국이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사스나 메르스 유발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점을 알아냈다고 알려오자 일단 중국 측 의견을 반영해 '2019-nCoV'로 일단 부르자고 정한 것이다.
◇메르스도 초창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러
2012년 창궐해 아직까지 발병하고 있는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도 이름이 정해지기 전까진 처음 발견된 'HCoV-EMC/2012' 바이러스로 표기됐다.
메르스의 이름이 정해진 건 2013년 5월로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 International Committee on Taxonomy of Viruses)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단이 신종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으로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란 의미로 'MERS-CoV'를 채택했다. 이를 세계보건기구가 질병에 대한 일률성을 제공하고 상호 소통을 위해 이 명칭을 받아들이면서 '메르스'라는 명칭이 공식화됐다.
그 전까진 메르스도 세계보건기구에서 불특정 명칭인 'Novel Coronavirus 2012(201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간단히 '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렀다. 사스와 증상이 유사하고 사우디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로 '사우디 사스'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 우한 폐렴에 대해 아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반만 맞는 말이다.
'임시로' 붙여진 이름을 '공식'명칭처럼 쓰자고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 임시로 붙인 '2019-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공식명칭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의 권위에 기대,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만약 세계보건기구의 취지를 살려 임시로라도 한글화하려면 차라리 '2019년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써야 맞다.
'2019-nCoV'라는 임시 명칭을 국내에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청와대 주도로 언론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부르고 있는데 이 또한 영구적인 국내용 명칭이 될 순 없다.
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법정화하려면 제대로 된 이름을 별도로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WHO가 새 이름 정하면 국내서도 'OO호흡기증후군' 등 법령에 쓸 이름 정해질 것
메르스도 처음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렸듯 다음에 중국 우한이 아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신종, 변종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하면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은 새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임시로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관련 우리 법령에 표기할 수 있는 병명이 될 수 없다.
법령에 '사스(SARS)'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CoV)',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으로 써 있다.
국내 법령에 표기될 질병이름은 세계보건기구가 짓는 게 아니다. 우리 질병관리당국인 보건복지부가 짓는다.
물론 우리 당국도 사스의 병원체인 사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 메르스의 병원체인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의 본래 뜻을 한글화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따라서 이번 우한폐렴도 세계보건기구에서 추후 정식 명칭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한글화한 병명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전까지 검역 및 관련 조치를 위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부를 순 있지만 이는 편의에 따른 이름일 뿐 세계보건기구에서 명명한 '공식명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한편 법정감염병 분류체계는 올해 1월부터 개편돼 사스, 메르스는 제1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도 동급의 1급 감염병으로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1급은 심각도나 전파력 그리고 격리수준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임을 뜻한다. 1급에서 4급까지 총 86종이 정해져 있다.
법정분류 등 법정화를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명칭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사례를 볼 때, '00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가 2015년경 특정 지역이나 동식물, 인물 이름을 되도록 병원체나 질병 이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을 스스로 그대로 지킨다면 '중국'이나 '우한'이 바이러스나 질병이름에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