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조국'이 'n번방·박사방' 피의자 신상공개·포토라인 막았다?

유동주 기자
2020.03.24 15:21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2020.3.19/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만들어진 규정들로 소위 'n번방'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가 어려워졌단 주장이 야당에 의해 제기됐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포토라인 폐지가 수사기관 개혁이자 인권 수사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수사와 n번방 피의자나 박사에 대한 수사는 다르다고 할 것"이라며 "사람을 가려 포토라인에 세우면 당신들이 말하는 수사 준칙은 인권수사가 아니라 특권 수사"라고 지적했다.

정원석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도 논평에서 "n번방 피의자들의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권보호수사규칙을 통해 자신의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정의를 남용한 포토라인 공개 금지 수혜자 제1호 조 전 법무부 장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단계, 신상공개·포토라인 어려워진 건 맞지만…

야당의 지적처럼 조 전 장관 시절 법무부령으로 제정된 '인권보호수사규칙'엔 "피의자등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조 전 장관 시절 만들어진 법무부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도 "공소제기 전의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을 비롯하여 그 내용 일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현재 검찰은 형사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와 관련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n번방'과 '박사방' 피의자들의 '신상공개'로만 한정해 보면, 경찰은 24일 오후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키로 결정했다. 언론에서 이미 박사방 운영자 실명을 보도하고 있지만 경찰은 절차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더라도 검찰에선 또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조 전 장관이 야당의 지적에 반박하기 위해 23일 페이스북에 썼던 "'n번방 사건'은 성폭력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신상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던 내용은 법적으로는 옳은 얘기다.

다만 조 전 장관 시절 만들어진 규정들로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가 검찰 수사단계에서 어려워진 것은 맞다.

SBS가 23일 오후 8시 뉴스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사진을 촬영·공유한 텔레그램 비밀방 ‘박사’로 지목되는 조주빈(25)의 얼굴을 공개했다. SBS는 "이번 사건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성범죄인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며 "추가 피해를 막고 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찾아서 수사에 도움을 주자는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과 함께 구속된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SBS 캡쳐) 2020.3.23/뉴스1

경찰은 성폭력범죄 중 강력 사건 피의자에 대해선 '법률'에 따라 공개 가능

결국 야당은 조 전 장관이 만든 규정이 피의자들의 신상공개 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단계에선 요건을 갖출 경우 강력 범죄 피의자에 대해선 여전히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가 가능하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가 명시적으로 성폭력처벌특례법이라는 법률에 규정된 이상 신상공개는 요건을 갖출 경우엔 문제가 없다"며 "이준석 최고위원 등 야당의 지적은 법률과 부령인 규칙 그리고 훈령의 관계와 차이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훈령은 행정규칙으로 내부적 효력만 갖고 법규적 성격은 없다"며 "법무부가 검찰에 대해 내리는 명령격인 훈령과 부령인 규칙에 피의자 신상공개가 제한되더라도 법률에 규정된 대로 공개하는 경우엔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 역시 "성폭력처벌특례법 제25조에 따라 신상공개는 가능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피의자가 그러한 범죄를 했단 점이 확실한가의 문제"라며 "피의자들의 범죄사실이 실제로 성폭력범죄 중 신상공개가 가능한 범죄에 포함되는 지는 별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들의 범죄가 미성년자 약취·유인이나 간음·추행 등에 해당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지가 문제되는데 경찰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고 신상공개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해 경찰은 24일 신상공개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구속돼 재판 중인 n번방 운영자 '왓치맨'은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다. 최초 운영자 '갓갓'은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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