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법체류자까지 방역하냐고? "결국 우리를 위한 일"

임찬영 기자, 오문영 기자
2020.04.19 15:50

[MT리포트-코로나 방역 '사각' 불법체류자]③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출국 문이 닫히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검사, 치료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신분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방역의 손길이 제대로 닫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불법체류자 대상 방역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국가보다 촘촘한 방역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를 알리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불법체류자 방역 대책 마련 … "단속 안 한다"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3629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신고를 접수했으나 본국 송환 거부 등 이유로 출국하지 못한 채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포함한 불법체류자들이 '불법 신분' 때문에 제대로 된 방역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감염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불법체류자는 대부분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이 감염될 경우 지역 사회로의 감염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정부도 이들이 감염 '슈퍼전파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먼저 불법체류자들이 보건소를 방문하더라도 단속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단속이 두려워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을 막기 위해서다.

강제퇴거 명령으로 외국인보호소에 갇힌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우리나라 외국인보호소는 지난달 24일 기준 총 389명을 수용하고 있다. 한 방에 7~8명이 들어가 생활할 만큼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지난 1월부터 외국인보호소 신규유입을 줄이기 위해 수사당국에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무부 차원의 단속 등을 전면 중단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면 강제 퇴거 전까지 외국인보호소에 머물러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본국 송환이 미뤄져 귀국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또, 보호소에 갇힌 외국인들의 보호를 코로나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해제해주거나 이들이 신속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외국인보호소 인원 감소를 위한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관리 강화는 "국민 위한 것" … 홍보 활성화 필요

정부는 자국민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불법체류자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불법체류자들은 제대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체류자 특성상 정보 접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불법인' 자신의 신분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피해다니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방역 체계 확보는 결국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적극적 홍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불법체류자를 무료로 치료해 줄 만큼 해외에 비하면 방역 대처가 좋은 편"이라며 "그들이 내국인과 똑같은 방역 시스템 내에서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내국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들이 슈퍼전파자가 될 경우 우리 국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방역 관리는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방역 시스템 안에 이들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론·인권단체·보건소·경찰 등에 단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러 차례 배포했다"며 "불법체류자들은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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