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점수 오른다"…짧은치마 입고 높은 의자 앉으라는 학원장

정경훈 기자
2020.08.20 12:00

'인권위 성희롱 사례집' 2019년 성희롱 진정 303건 작년보다 42건↑..."직장 내 성희롱 많아"

/사진=뉴스1

"미니스커트 입고 킬힐 신고 바(bar) 의자에 앉아 강의해야 애들 성적이 올라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어학 강사인 여성 A씨는 한 어학원에서 일할 때 학원장에게서 업무 수행 요건으로 짧은 치마와 높은 구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요구받았다. 원장은 그는 A씨가 강의실에서 보통 의자보다 높은 바 의자에 어떻게 앉아야 하는지 자세까지 봐주기도 했다.

원장은 이와 같이 요구할 때 "아마추어 아닌 프로답게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처음에 상황이 긴가민가 하면서도 "내 말 잘 들어야 유명 강사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원장 말을 가급적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장은 다수 직원에게 이와 같은 의상을 요구했다. A씨의 전임자 또한 비슷한 의상을 요구 받고 다리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얘기했지만 "그런 모습 보이면 남학생들 점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 학원 안내 데스크 여성 직원들까지 한 겨울에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근무했다.

정작 남학생들은 수업에 지장을 느꼈다. 한 남학생은 A씨와 바 의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처음에 선생님을 쳐다보지를 못했다" "짧은 치마 때문에 다리가 너무 많이 보여서 왼쪽 스크린만 보았다"며 난감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A씨는 결국 인권위를 찾아 원장이 앞으로 부당한 의상 요구를 못하게 해달라고 진정했다. 인권위는 "직무와 무관하게 자신 의지와 상관 없이 과한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성적 굴욕감을 느낄 근무환경"이라며 "원장의 요구에 불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에 직장내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귀가하는데 차에 올라 입맞춤" 셩별 안 가리는 성희롱 피해
/사진=뉴스1

인권위는 위와 같은 직장내 성희롱 사례를 모은 '성희롱 시정권소 사례집'을 20일 발간했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시정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아 냈다. 인권위는 직장내 성희롱 행위를 했다고 인정된 사람들에게 인권위의 특별인권교육 수강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9년도 성희롱 진정은 303건으로 2018년 261건보다 늘었다. 성희롱 진정 건은 2015년 201건, 2016년 205건, 2017년 298건 등으로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인권위는 "직장내 성희롱 사건은 직접고용 상하 관계에서 발생한 게 69.1%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자료집에 따르면 지방직 공무원인 B씨는 귀가하려고 차 안에서 대리 기사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자기 차량에 탑승한 상사로부터 입맞춤을 당했다. 상사는 B씨를 껴안기도 했다. 그러나 직장에 '두 사람이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돌며 오히려 B씨는 2차 피해를 입었다.

화장품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여성 C는 직장 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못이겨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퇴사했다. C씨는 인권위에 "상사가 정액 냄새 나는 화장품을 맡으며 '뭐 생각나는거 없냐'고 물었으며 점심 메뉴를 묻는 질문에는 '먹고싶은거? 너'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상사는 C씨와 단 둘이 있을 때 C씨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상사는 C씨 신체부위를 사진 찍기도 했다. C씨가 품이 넉넉한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앞이 자신 없으니까 뒤를 내놓는구나"라며 등 부분을 촬영했다.

남성 사이 성희롱도 발생했다. 한 공장에 다니는 직원 D씨는 치질 수술 뒤 출근한 뒤 공장장으로부터 "무슨 젊은이가 그런 병에 걸려, 항문 성교하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D씨는 회사에서 근무하기 어렵다고 느껴 퇴사를 결정했다.

인권위 "최근 2차 피해 호소 늘어…예방에 노력 필요"
/사진=머니투데이

이와 같은 직장내 성희롱 사례에 대해 인권위는 "최근 성희롱 진정 사건 관련해 피해자의 '2차 피해' 호소가 늘어났다"며 "문제를 알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 처우, 정신적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며 "성희롱 규제가 성적 자기결정권, 인격권, 노동권, 생존권 보장과 관련돼 있음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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