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로버지·로머니들은 다 어디 갔을까[우보세]

유동주 기자
2021.03.22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청문위원 질문에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취임 2개월이 됐지만 박 장관은 아직 수험생들을 만나지 않았다. 장관 뜻인지 담당 부서의 의지인지 알수 없지만 수험생들이 장관을 직접 만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치러진 변시에선 법무부 관리 부실로 공법 과목에서 '문제유출'이나 다름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전에 대한 공지 미숙과 이화여대 시험장에서의 조기 종료사건으로 부정행위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총체적 난국이었던 변시 관리 부실에 대해 아직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 로스쿨 측은 새로 취임하는 박 장관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까진 어떠한 액션도 없다.

담당부서 법조인력과는 공무원 23명이 소속된 대형 부서다. 1년에 한번 있는 변시를 담당하면서 올해에만 최소 3가지 이상의 다양한 ‘사고’를 쳤다. 몇년전 사법시험이 폐지돼 업무가 줄었는데도 부서 규모는 그대로였다. 법조인력과는 장관과 수험생들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현안들로 바쁜 장관이 자신들의 변시 업무에 관심을 갖게되면 피곤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장관은 널리 알려진 대로 ‘로버지(로스쿨의 아버지)’, ‘로머니(로스쿨의 어머니)’ 중 한 명이었다.

로스쿨 커뮤니티에선 로스쿨 제도 도입과정과 현재까지 물심 양면으로 돕고 지켜줬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을 로버지, 로머니로 부른다. 박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로스쿨 관련 업무를 했을 뿐 아니라 이후 현직 의원 입장에서도 사시부활, 로스쿨폐지를 압박하는 변호사업계의 압박 속에서 로스쿨 제도를 옹호해왔다.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인큐베이팅 기간이었던 지난 십여년, 오히려 로스쿨은 정책 당국에 의해선 버림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로스쿨'을 노무현 정부의 '사생아'처럼 여겼다. 그런 분위기를 파악했던 주무부처 법무부는 심지어 지난 2015년 12월 '사시폐지 4년 유예안'으로 사시부활을 꿈꿨다.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제대로 자리잡도록 로스쿨을 보호 육성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로스쿨을 위기로 몰아 넣은 꼴이었다. 아직도 많은 기성 법조인들과 사시출신 '개천용'신화가 그리운 일반 시민들은 무턱대고 사시가 로스쿨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은 로스쿨 얘기를 피했다. 불과 3년전까지 변호사단체와 고시생모임이 집요하게 로스쿨을 '악마화'했고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로스쿨에 자녀가 입학한 정치인은 '불법 입학'이라도 시킨 범죄자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했다. 로스쿨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지역구에 텐트를 치고 사실상의 '낙선운동'으로 장기간 시위를 하는 고시생모임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았던 국회의원 중 한 명이 박 장관이다. 판사·변호사 시절 참여한 사건 판결문과 자료들도 탈탈 털렸다. 당시 변호사단체와 고시생모임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정치인이 로스쿨을 옹호하면 역적으로 몰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동료 정치인들은 더 위축됐다. 심지어 노무현 청와대 출신들도 한두 명 외엔 로스쿨만은 책임지고 싶지 않아했다.

대다수 언론도 심층 취재없이 당시 변호사단체가 제공한 자료와 논리대로 로스쿨 때리기에 집중했다. 법조 현안에 항상 열 올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조차 입을 다물었다. 현 정부에는 로버지, 로머니들이 꽤 있다. 정권이 교체됐을 때 로스쿨 측에선 큰 기대를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직 대법관 중에도 로스쿨 도입을 주도했던 이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로스쿨 문제를 모른 척 한다. 그 많던 로버지·로머니들은 다 어디 갔을까. 책임있는 이들이 모두 모른 척 하는 로스쿨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유동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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