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박효신 '야생화' 트는 헬스장…"신규회원 뚝, 축축 처진다"

오진영 기자
2021.07.13 15:32

"강남스타일은 리스트에서 뺐고, 박효신씨 노래를 새로 넣었어요."

13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 120평 규모의 실내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4~5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느릿한 발라드곡인 박효신의 '야생화'를 들으며 러닝머신 위를 천천히 걸었다. 관장 박모씨(47)는 "빠른 노래를 틀지 말라고 해 속도를 따져가며 목록을 바꿨다"며 "회원도 줄었는데 노래도 우울하니 축축 처지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일주일째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지난 12일부터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세부지침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내체육시설의 러닝머신 속도에서 음악 빠르기까지 지정된 세부지침이 '과도하다'는 것.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방역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BTS 노래는 되고, 싸이 노래는 안 되고…'오락가락' 방역지침에 혼란스러운 업주들
지난 1월 마포구의 한 헬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서울 마포구, 강남구, 종로구 일대의 헬스장 5곳을 돌아본 결과 업주들은 "4단계 적용 이후 신규 회원이 뚝 끊겼다"며 입을 모았다. 수도권 일대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등록 문의도 크게 줄었다. 특히 4단계 세부지침에 따라 샤워시설 이용 제한 등 헬스장을 둘러싼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기존 회원들 중에도 등록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종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러닝머신 속도도 너무 빠르면 안 된다고 하고 샤워시설도 닫아야 한다는데 어떤 회원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운동을 하겠나"라며 "체형이나 체중에 따라 빠른 운동을 해야 하는 분도 있고 주변 직장인들은 운동 후 샤워시설 이용이 필수적인데 회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정부의 4단계 세부지침에 따르면 시속 6km 이상의 속도로 러닝머신을 뛰거나 운동 후 헬스장 안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하는 것은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120bpm(음악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분당 비트수)을 넘어서는 음악에 맞춰 그룹운동을 하는 것도 지침에 위반된다. 격렬한 운동을 하면 침방울이 퍼져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업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톡방 등을 활용해 '헬스장에서 틀어도 되는 음악'을 공유하며 대처에 나섰다. 지침에 따르면 114bpm인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는 들을 수 있으나 132bpm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들을 수 없다. 이날 찾은 헬스장도 대부분 김종국·박효신 등 발라드 가수가 부른 80~100bpm 빠르기의 느린 노래를 틀었다.

경기도 성남의 휘트니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3)는 "침방울이 튀는 것은 운동능력이나 호흡량에 따라 다른 것이지 빠른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분들을 단속하는 게 중요한데 왜 뜬금없는 음악 속도를 규제하는지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현장 목소리 들었다지만…업주들은 "이용 정지 문의 끊이지 않는다"
'헬스장에서 틀어도 괜찮은 120bpm 이하의 노래' 라는 재생목록. 이같은 목록은 헬스장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사진 = 유튜브

정부는 이같은 지침이 시설의 운영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관련 협회와 상의해 내린 결과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백브리핑에서 "해당 수칙들은 현장의 의견을 들으며 그 분들과 함께 만들었다"며 "집합금지나 강제 영업중단을 피하기 위해 상의해서 만든 지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지나치게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은 "헬스장은 신나는 음악 틀고 땀 흘리며 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곳인데 회원들이 운동할 맛이 나겠나"며 "당장 우리 클럽만 하더라도 회원이 3분의1로 준데다가 '이용을 정지해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 업주들은 정부의 방역수칙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영업자 등과 함께 심야 차량 시위에 동참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14일 밤 11시 종로와 여의도 일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불복하는 심야 차량 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종민 비대위 대변인은 "헬스장 협회에 시위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헬스장 업주·자영업자 등 500여명이 심야 차량 시위에 동참하기로 한 상태"라며 "자영업자들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최고 수준의 방역조치에 대한 항의와 조속한 손실보상 등에 중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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