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2명을 살해한 강모씨가 출소 후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조치에도 구멍이 뚫린 게 확인됐다. 현행법상 강씨의 취업이 불법이 아니었던 만큼, 성범죄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취업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전과 14범인 강씨는 성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출소 후 화장품 판매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6월 법원은 강씨의 전자발찌 부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는데도, 대부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방문판매업에 종사하는데는 제한이 없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56조는 법원이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일정 기간동안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명령하라고 규정한다.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최장 10년간 제한이 가능하고, 재범의 위험이 현저히 낮거나 그밖에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만 면제된다. 취업제한 대상기관은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이나 의료기관, 가정 방문형 학습지 교사, 노래방 등이다. 택배 기사 역시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라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강씨가 취업한 화장품 방문판매업은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취업제한 명령이 거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의료기관, 경비업 등에 한정되기 때문에 강씨가 법원에서 취업제한 명령을 받았다 하더라도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업체에서 취업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하려 하는 것은 불법이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경력 조회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 형의 집행이나 보호관찰 업무를 위해 필요한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강씨가 성범죄 전과 사실을 숨기고 취업한다고 해도 업체가 이를 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강씨의 성범죄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해고가 가능한 것은 취업제한이 가능한 기관들로 한정된다. 이 기관들은 매년 성범죄자가 일하고 있지 않은지 조회를 해야 하고 해고가 가능하지만 대다수 업종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강씨의 화장품 방문판매업 근무에 대해 "교도소에 15년간 있으면서 친분을 맺은 목사가 운영하는 방문판매업이었다"며 "전자감독 대상자가 생업에 안정적으로 종사하는게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응이라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지도감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과자의 '재사회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이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사건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취업제한이 확대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가정집을 찾아가서 업무를 보는 일부 영업직이나 이륜차(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대행업, 대리기사 업종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택시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배달 대행업자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런 업종들의 경우 취업제한 조치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의 배달 서비스업 취업을 제한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홍문표 의원은 "배달업 특성상 고객과 직접 대면할 가능성이 높고 주소와 가족사항 등 고객의 개인정보를 배달 라이더가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