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경범죄자'에 채우는 전자발찌, 국내에선 유일한 '중범죄자'대책

김효정 기자
2021.09.01 15:16

[MT리포트/범죄 못막는 전자발찌] ①'전자발찌'에만 의존하는 재범 방지 대책, 사건 터져도 기존 대책만 반복

[편집자주] 성범죄 전력이 있는 50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요 범죄자들의 재범 억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발에 전자발찌를 채워 위치파악만 할 수 있게 한 게 전부인 현행 제도는 교정을 통한 사회복귀를 유도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위치파악'이라도 제대로 되면 좋겠지만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해 열흘 넘게 잠적한 경우도 적지 않아 잠재적 피해자들이 불안에 떠는 게 다반사다. 재범억제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생각해 본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전자발찌 도입후 성범죄 재범율 14%→1.9%로 낮아졌지만

전자발찌는 2008년 10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이 시행되면서 최초로 도입됐다. 재범 개연성이 높은 성폭력범죄자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 성폭력범죄의 재발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시행 당시 전자발찌 부착 대상은 성폭력사범 205명이었으나 점차 대상 범죄가 확대돼 현재는 미성년자 대상 유괴, 살인 및 강도사범에게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성범죄로 2021년 7월 현재 전자발찌를 부착한 특정사범 3879명 중 77%인 2975명이 성폭력사범이다.

그간 전자발찌가 재범을 막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2004년~2008년 성폭력범죄의 평균 재범률은 14.1%였지만 최근 5년간 전자발찌 착용자가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1.9%에 머물렀다.

해외에서 '경범죄' 가택구금에 사용되는 전자발찌, 우리는 '중범죄자' 재범 방지 대책

그럼에도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의 재범이 부각되는 것은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성폭력, 살인 등 사회에 해악이 큰 강력 범죄이기 때문이다. 전자발찌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감시를 피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데다, 교정을 통한 사회 복귀는 주된 목적도 아니다. 전자발찌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얘기다.

현재 전자발찌 제도는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중범죄 전력자들의 위치파악용으로 활용하는 데 비해 해외의 경우 주로 경범죄자에 대한 단기자유형이나 가택구금에 활용된다. 국가의 경우 교정시설이 아닌 사회 일원으로 살면서 사회 복귀를 유도하는 용도인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전국적 범위의 전자감독 제도를 실시한 스웨덴은 1994년 '범죄 예방 및 구금형의 대안'으로 전자발찌를 도입했다. 앞서 1989년 영국이 전자발찌를 도입하긴 했으나 이는 재판 전 피고인 관리를 위한 시범 운영이었다. 스웨덴은 2개월 이하의 조건부 구금형 선고에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했으며 이후 장기구금형에 대해서도 전자발찌 부착 조건으로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로 음주운전, 폭력, 약물범죄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하고 있으며 위치추적이 아닌 가택구금의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 역시 2004년 단기자유형의 대체수단으로 전자발찌를 도입했다. 이후 4년 이하의 형을 선고받았거나 잔여 형기가 4년 미만인 수형자에 대해 조건부 석방을 할 경우 보호관찰 목적으로 1년 이내의 기간동안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도 1983년 교도소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고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경범죄자들에 대한 가택구금프로그램으로 전자감독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아동성범죄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재범 방지를 위해 성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들은 남은 일생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학교나 공원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 거주할 수 없으며 관련 준수사항을 어길 경우 즉시 체포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특히 성범죄자의 경우 장치 하나 채운다고 왜곡된 성 인식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에 대해 학교 접근금지, 음란물 시청 금지 등의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수시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교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은 위치 파악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교정없이 저항만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발찌 훼손은 매년 발생하는데...실효성 있는 대책은 안나와

법무부는 감독 부실로 무고한 희생자가 2명이나 나왔지만 사실상 새로운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전자발찌 견고성을 강화하고 경찰과 공조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그외 재범위험성 정도에 따른 지도감독 차별화 및 처벌 강화, 인력 확충 등 방안도 내놨으나 모두 전자감독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진행해온 정책 들이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국장은 "그동안 전자감독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진행해왔다"며 정책들의 연장선상에서 기술개발 정도에 맞춘 것이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은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대책을 '재탕'하는 사이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2018년 23명, 2019년 21명, 2020명 13명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7월까지 11명이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훼손 후 도주한 이들 중 2명은 현재까지 검거도 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전남 장흥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50대 A씨도 그 중 하나다. A씨는 청소년 상습 성폭행 혐의로 수감됐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논란이 이어지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1일 "언론과 전문가의 지적을 포함해 어제 오후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예산과 인력 등 필요한 부분을 말하고 검토한 내용을 국민께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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