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서도 전자발찌 끊고 잠적…"초동대응 미흡" 말 나오는 이유

정경훈 기자
2021.09.01 15:17

[MT리포트/범죄 못막는 전자발찌]②초동 대응 부족...전남 장흥에서도 유사 사례 발생해

[편집자주] 성범죄 전력이 있는 50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요 범죄자들의 재범 억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발에 전자발찌를 채워 위치파악만 할 수 있게 한 게 전부인 현행 제도는 교정을 통한 사회복귀를 유도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위치파악'이라도 제대로 되면 좋겠지만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해 열흘 넘게 잠적한 경우도 적지 않아 잠재적 피해자들이 불안에 떠는 게 다반사다. 재범억제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생각해 본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서 강모씨(56)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은 초동 대처만 빨랐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초동 대응을 위해 법무부 교정 당국의 역량과 경찰 간 공조 강화가 필요하고, 현장에 재량을 더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흥에서도 전자발찌 끊고 12일째 도주…초동 대응 미흡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 2명을 살해한 강모씨는 지난달 26일 첫 번째 살인을 한 뒤인 27일 새벽 12시14분쯤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어기고 집밖으로 나갔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이 출동했지만 출동 중 강씨가 전화로 "복통이 심해 약을 사러 갔다"고 해명했다. 만일 예방팀이 이 시점에서 강씨 집안을 확인했다면 두번째 살인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범죄예방팀 직원은 외출 제한 위반에 대해 출석 조사 받으라고 통보한 뒤 복귀했다.

강씨가 27일 오후 5시38분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자, 강씨를 관리하는 동부보호관찰소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경찰에 도주 사실을 통보하고 검거 협조 요청을 보냈다. 지구대 경찰관은 그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까지 강씨 집을 5차례 방문했으나 역시나 그의 집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복귀했다. 끊긴 전자발찌 신호가 외부에서 잡힌 마당에 강씨의 살해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강제로 문을 열 근거가 부족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은 강씨가 사라진 날 밤 11시50분 체포영장을 서울동부지검에 신청했지만 동부지검 당직실은 "내일 오전에야 청구가 되니 돌아가라"고 돌려보냈다. 결국 영장은 28일 오전 9시 신청돼 오후 2시 청구됐다. 강씨는 29일 새벽 3시쯤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약 5시간 뒤 "검거 압박을 느꼈다"며 서울 송파경찰서에 자수했다. 자수가 없었다면 검거 시점은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지난달 21일 전남 장흥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A씨도 이날까지 체포되지 않았다. A씨는 거주지에서 18킬로미터(km) 떨어진 곳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광주보호관찰소 해남지소와 전남경찰청이 수색에 나선 상태다.

청소년 2명을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씨 활동 반경은 거주지로부터 2km로 제한된 상태였다. 담당관은 A씨가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고, 도주 이틀 뒤에서야 주민들에게 관련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 파악되지 않아 장흥뿐 아닌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법무부·경찰 공조 강화해야...경찰 권한도 확대?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가 3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8.31/뉴스1

전문가들은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관 역량을 확대하고, 경찰과의 공조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절실하다고 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장흥 사건 등에서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 특사경 교육을 강화하고 인력을 증원해야 필요하다"며 "경찰 대신 전자발찌 훼손·도주범을 체포 활동을 벌이고자 특사경이 도입됐지만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사경 인력 증원에 한계가 있으니 경찰과의 공조는 여전히 중요한데, 법무부가 검거 요청할 때 대상자의 과거 범죄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 사건을 두고 경찰직무집행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수행한 일에 대해 책임을 경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면책 조항이 있었다면, 경찰이 체포 영장 없는 상황에서도 강씨 집 문을 열어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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