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뭘 그렇게 X하는 걸까요? 가만히 좀 앉아 있어 XXX들아."
온라인 카페 '층간소음 피해자쉼터'엔 오늘도 층간소음에 고통 받는 이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쌓인 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아파트에서 새벽 6시부터 내는 어른 발망치(걸을 때 뒤꿈치를 쿵쿵 찍으며 소음을 내는 것) 소리에 강제 기상을 했다는 집, 주말에 놀러온 윗집 노부부 손주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집에 있을 수 없다는 집, 하루종일 뭘 하는지 물을 틀어댄다는 집, 20대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와 파티하고 시끄럽게 떠든다는 집까지,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누군가 글을 올리면 "우리 집도 그렇다", "너무 공감되고 화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격앙된 다수는 "정말 찾아가서 죽이고 싶을 정도"란 반응까지 보였다. 이들은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해결되는 게 없어 무기력하며, 그래서 여기에 글을 올려 공감 받는 게 고작이라고 토로했다. 층간소음 고통은 대체 어느정도이며,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
층간소음 피해를 처음 겪은 뒤에는 '귀가 트인다'고 했다. 피할 수도 없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고 나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심장이 쿵쿵 뛴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피해자인 아파트 주민 A씨는 "TV를 틀어놓아도, 창문을 열어놓아도, 쿵쿵거리는 소리가 다 들려 괴롭게 된다"며 "내 집에서 귀마개를 해야될 정도"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 또 쿵쿵거리는 소리가 반복될지 몰라 불안·초조해진단다. 아파트 주민 B씨는 "장시간 노출돼 있든, 간헐적으로 층간소음이 나든, 언제 층간소음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견딜 수 없게 된다"며 "바깥에 나와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할 정도이며, 집에 들어갈 때면 다시 우울해진다"고 했다.
피해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엔, 견디다 못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가 치료를 받기도 한다. 아파트 주민 C씨는 "윗집 층간소음을 2년 정도 참았더니, 불안·공황장애가 생겨 약을 먹고 있다"고 했고, 빌라 주민 D씨는 "이사갈 형편도 안 되어서 참고 또 참다 보니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정작 큰 문제는, 층간소음 문제를 겪는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단 것이다. 직접 찾아가는 건 불법이라 하는데다, 쪽지 등을 붙여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아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같은 경우는 관리실을 통해 민원을 넣을 수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단 목소리가 많았다. 아파트 주민 E씨는 "관리실을 통해 수차례 윗집 층간소음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었지만, 쿵쿵거리는 소리는 여전했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괴롭다"고 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신청하면 전화 상담 및 현장 진단을 하지만, 중재 기관인데다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건 자체가 적은 편. 신청자가 많으니, 길게는 측정에 몇 달씩 걸려 그 기간 동안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실정이라, 피해자들은 보복소음 전용 우퍼를 사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가장 유명한 보복소음 우퍼의 경우 포털사이트 리뷰가 3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보복소음으로 나아졌다는 이도 있지만, 갈등이 더 심해졌다는 이들도 다수다.
층간소음 피해자가 해결 방법이 없어 괴로워하다, 찾아가 가해자를 살인하는 등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20대 남성 E씨는 지난 12일 오전 5시 42분쯤 경기 부천시 한 연립주택에서 70대 노부부 F씨와 G씨에게 둔기를 휘둘러 F씨는 숨지게 하고, G씨는 중태에 빠트렸다.
지난달 15일 H씨는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아래층 거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려한 혐의(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전문가는 "피해자 개개인이 해결할 방법이 마땅 찮은데다, 매일 일상적이고 폭력적인 소음에 노출되는 탓에 정신이 피폐해지고 힘들어져 극단적인 방법 뿐이란 생각에 이를 수 있다"며 "잠재적 범죄 요인을 없애려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든, 법제화를 통해 층간소음 가해자를 실효성 있게 억제하는 식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