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장판 누수 알렸더니 "그냥 살라"는 집주인, 계약 해지하려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2.01.08 06:00

"벽지에 곰팡이가 피었는데 어떡하죠?"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요"

살다 보면 집을 둘러싼 각종 갈등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끔은 그 당사자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임대차계약 분쟁이 발생하면 해결이 무척 어렵다는 겁니다. 오랜 시간이 드는 건 물론 소송에 들어가는 금전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부담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인데요. 분쟁 당사자들은 소송 아닌 조정을 통해 소송대비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법률이 지난해 실제로 있었던 주요 조정사례를 모아봤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계약 연장 후에 월세 올려달라는 집주인, 어쩌죠?

#세입자입니다. 2년 전 집주인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하는 1년 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년 후 집주인은 월세를 3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고, 저는 알겠다고 답한 뒤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집주인이 저를 찾아와 월세를 40만원으로 올릴 테니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고 합니다. 집주인은 주변 주택 거래시세를 감안할 때 월세를 증액하는 건 당연한 처사라고 주장합니다. 저와 집주인 사이 임대차계약 기간은 본래 1년이었으니 묵시적 갱신 또한 1년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집주인이 이를 통보한 건 최초 계약일 3주 전이기에 저는 당연히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연장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월세를 더 내지 않으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니 황당합니다. 게다가 1년 전에 올린 월세도 법정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월세를 올린다면 불법 아닌가요?

주택임대차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 사연 속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 임대차계약을 1년 6개월간 연장하라고 조정했습니다. 대신 세입자로 하여금 집주인에게 보증금 100만원을 추가로 송금하고 앞으로의 월세는 32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싶다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 내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야 합니다. 만약 통지 자체를 하지 않거나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개월 이내에 통보를 했다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간주하며, 이때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하지만 이 사건처럼 최초의 계약기간이 2년 미만으로 정해지고, 그 기간이 만료될 무렵 계약기간 연장 자체에는 쌍방이 동의했지만 연장 기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가 없었던 경우 최초의 계약기간의 만료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불명확합니다.

즉 계약 시작일로부터 계약서상의 기간인 1년과, 단기 임대차는 통상 2년으로 의제한다는 규정에 따른 2년 중 만료일을 정해야 하는데 그 합의가 없었던 셈이죠. 따라서 위원회는 두 사람의 계약기간 만료일을 1년 6개월 후로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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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월세 증액 요구는 어떨까요? 이러한 의견이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은 임차인과 약속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부족하거나 너무 많다고 생각되는 경우 장래에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해선 안 됩니다. 아울러 임대차계약을 맺은 지 1년이 안 됐거나, 이미 1년 전 월세를 올린 상황 등이라면 증액청구가 불가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하지만 보증금과 차임의 증액한도는 일방 당사자, 즉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증액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쌍방 합의 하에 월세를 올리기로 했다면 한도가 따로 없습니다. 사연 속 두 사람은 1년 전 월세를 5만원 올릴 것을 양측 동의 하에 결정했는데요. 이에 따라 집주인은 작년에 월세를 올렸더라도 올해 다시 월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인근 주택의 거래 시세를 볼 때 증액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집주인은 월세와 보증금을 올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머니S

◇누수에도 "그냥 살라"는 집주인, 계약 해지하려면

#얼마 전 새 월세집을 구한 세입자입니다. 반지하이긴 하지만 월세도 저렴하고 위치가 좋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사 당일 장판 아래에서 물이 새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 사실을 곧바로 집주인에게 알리니 집주인은 "지하방은 원래 다 그렇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저는 "누수 때문에 당장 살 수가 없으니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 그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으니 보증금과 함께 이사 비용과 중개수수료까지 손해배상 명목으로 받아야겠다"며 따졌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계약 전에도 방 여기저기 꼼꼼히 봐놓고 이제 와서 집 흠잡기를 하는 건 부당하다"고 응수합니다.

이 계약을 물리고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위원회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과 함께 이사비용 3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누수가 상당히 심각해 세입자가 도무지 살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임대인에게는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한 후에도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임대인이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면 세입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의무 불이행 상태계 계속되면 계약 해제가 가능합니다. (민법 제623조)

비슷한 사례로 목욕탕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놓고 보일러 고장, 온수파이프의 노후, 부식으로 인한 누수 등 목욕탕 영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하자를 수리해주지 않은 건물주가 있었는데요. 참다 못한 세입자는임대차 계약 해지 통지를 하자 건물주는 세입자를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 해지는 유효하다"며 세입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226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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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안 빼고 "보증금부터 달라"는 세입자, 어떡하나요?

집주인입니다. 최근 계약만료된 세입자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세입자는 계약이 끝나자마자 짐은 하나도 빼지 않은 채로 몸만 나가버렸습니다. 그 상태에서 현관 도어락의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아 남은 짐을 임의로 뺄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연락을 해옵니다. 저도 지지 않고 "짐을 옮기고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맞서고 있는 중인데요.

이런 경우에도 제가 보증금을 먼저 돌려줘야만 할까요?

위원회는 집주인으로 하여금 세입자에게 아직 짐을 빼지 않았다면 임대차 목적물을 완전히 반환한 것이 아님을 설명한 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에게는 받았던 보증금을 다시 돌려줄 의무가, 세입자에게는 빌렸던 집을 온전한 상태로 반환할 의무가 각각 발생합니다. 이 두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에 대항해 건물을 사용·수익하지 않고 단순 점유만 한 임차인의 사례에서, 법원은 "임대인이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임을 확인한 건데요.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쌍무계약, 즉 계약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의 경우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할 때까지 자신 몫의 채무이행도 미룰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연 속 집주인도 세입자가 방에 있는 짐까지 전부 빼고 비밀번호를 알려줄 때까지 보증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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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네 번 밀린 세입자가 마음대로 개를 키웁니다

다가구주택 임대인입니다. 최근 한 세입자가 동의 없이 개 두 마리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개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짖어대는 통에 이웃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세입자는 벌써 월세가 네 번이나 밀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려고 하는데, 임대차계약서를 쓸 당시 집에서 반려동물의 사육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별도의 특약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위원회는 두 당사자에게 임대차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할 수 있음을 통지했습니다.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제한 보증금을 돌려받고도 주택 인도를 연기하면 강제집행까지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알렸습니다.

계약 해지의 명백한 사유는 월세 연체에 있습니다. 민법에 따라 건물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2회 이상 임차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대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됩니다.

임대한 주택에서의 사전 합의 없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건 어떨까요? 임차인은 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해 정해진 방법으로만 이를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반려동물 양육은 반려인의 관리 정도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되지 않기도 하기에 법으로 이를 규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의 반려동물 양육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려면 임대차계약서에 반려동물 금지에 대한 상세한 특약을 추가했어야 합니다.

사연 속 세입자의 이웃처럼 옆집 반려견 소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옆집 사람과 그 임대주택의 소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개 사육으로 이웃집에 어느 정도 소음이나 악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이 때문에 두드러기와 우울증이 생겼다는 사정만으로 개 사육이 사회통념상 수인 한도를 넘는 피해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2. 4 선고 2013나11354 판결)

따라서 사연의 집주인 또한 세입자가 기르는 애완견들이 짖는 소리가 커서 이웃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을 해지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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