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새로 받아야되는데..."공수처 갈 이유 없다" 손사래치는 경찰들

이세연 기자, 황예림 기자, 이태성 기자
2022.01.12 15:47
(과천=뉴스1) 이성철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검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통신자료 조회 등 최근 논란이 된 현안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2022.1.11/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파견됐던 경찰 수사관 전원이 이달 말 복귀한다. 공수처와 경찰이 새로운 인력 파견을 두고 협의 중인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굳이 파견갈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경찰·인사혁신처 등과 새로운 인력 파견을 협의 중이다. 규모는 10명 안팎으로 현재 34명인 파견 인력에 비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공수처에 파견된 경찰 수사관은 파견 기간을 채우고 이달 말 전원 복귀한다. 공수처는 지난해 상반기 14명, 하반기 20명의 수사관을 경찰로부터 파견받았다.

현재 경찰청은 공수처 파견 수사관 지원을 받고 있다. 부문은 크게 수사와 디지털포렌식으로 나뉜다. 수사 부문 지원자는 중요 반부패 비리사건 수사를 경험하는 등 수사 경력이 풍부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면 우대받는다. 디지털포렌식 부문 지원자는 관련 분야에 3년 이상 근무해야 하며 전문교육을 이수하는 등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파견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공수처의 수사력이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며 신뢰를 잃는 상황에서 굳이 파견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경찰관은 "공수처의 입지가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에서도 지원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지 않아 파견 지원 기간이란 사실도 잘 모른다"고 했다.

파견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한다. 강남의 한 경찰관은 "공수처에서도 수사경험이 있는 수사관을 원하기 때문에 주로 경사·경위·경감이 가는데 이들은 경찰에서도 충분히 자기 수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며 "따져보면 공수처 파견은 남의 조직에 남의 일을 도와주러 가는 거고 굳이 가서 얻을 것이 없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파견갔다가 복귀해서 어중간한 곳에 발령날 수도 있는데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갈 이유가 없다"며 "정말 공수처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표를 내고 공수처 소속 수사관으로 가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경찰관도 "예전에 경찰들이 관행적으로 검찰에 파견을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다 사라졌다. 그런데 공수처에 가면 결국 또 검사의 지휘를 받게 되지 않냐"며 거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서에서 승진을 앞두고 있는 이들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파견 경찰관의 수사 참여가 위법이라는 주장도 있어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을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전 수원지검 검사팀은 지난 6일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 사유에는 파견 경찰관이 참여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수처법에 따라 정원 제한이 없는 파견 공무원의 업무는 행정지원에 한정되므로 수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 공수처는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소수의 유능한 인재로 신중하게 수사를 해야할 때라고 본다"며 "몇 명을 파견 받느냐보다 능력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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