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밤11시 불 밝힌 홍대입구역 간판들…"지원금 300만원 형편없어"

홍효진 기자, 강주헌 기자
2022.02.22 11:34
지난 21일 오후 9시30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어울마당로 광장에 모인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방역정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1시간 연장요? 다 죽으라는 겁니다."

지난 21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골목의 한 고깃집. 가게 안에는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퍼졌지만, 사장 최차수씨의 두 눈엔 근심이 보였다.

식당 안에 놓인 테이블은 총 15개였지만 2~3명씩 모여앉은 손님 4팀만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최씨는 "토요일(19일)부터 영업시간이 1시간 늘어났지만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간대엔 원래 손님이 꽉 차 있어야 한다. 사스(SARS)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332만명에 대해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수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현장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는다.

정부의 새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1시간 늦춰졌지만 자영업자들은 기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오후 9시30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어울마당로 광장에 모인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추경 지원금 300만원? 임대료도 못내" 불만 여전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4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하 코자총) 소속 자영업자 20여명은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어울마당로 광장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자영업자들은 정부 추경안 편성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가지고 영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30년째 노래연습장을 운영 중인 최모씨는 "지금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10%도 안되는데 300만원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손실보상에 앞서 영업 제한을 철폐하고 우리도 장사해서 떳떳하게 돈 벌게 해달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다 코로나19 이후 폐업했다는 이모씨(57)는 "강남은 한 달 임대료만 1200만~1800만원씩 나오는데 300만원 갖고는 임대료도 못낸다"며 "대출받은 집과 차 모두 다 팔아서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 말했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귀가하던 몇몇 시민들도 현장에서 받은 양초를 들고 '시간 제한 철폐하라', '과도한 방역정책에 다 죽는다' 등 시위 구호를 따라하기도 했다.

이들은 종이컵에 끼운 양초와 함께 '집합제한 명령 전면 해제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든 채 현행 거리두기 방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코자총은 △영업시간 제한 철폐 △손실보상 100% 지급 △중증환자 중심 방역체계 전환 등을 주장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정부는 방역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며 "오늘(21일) 국회에서 통과된 추경으로 300만원을 주면서 (자영업자를) 달래려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300만원은 부족하고 형편없는 금액"이라며 "집합금지·제한 업소를 운영하는 분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해서 2배로 지급해야 맞다. 여러 명에게 300만원씩 나눠주는 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라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오후 10시40분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먹자골목에 위치한 김점동씨(58) 가게 유리문 앞에 코자총 측에서 보낸 점등시위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씨는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점등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홍효진 기자
밤 10시부터 새벽까지…거리 밝힌 '간판불'

현행 영업제한 시간인 밤 10시 이후 손님들이 사라진 홍대입구역 인근 먹자골목은 조용해졌지만 일부 가게에선 간판과 내부 점등을 켠 채로 점등시위를 전개했다. 간판 불이 환하게 켜진 가게 유리문 앞에는 '21일부터 오후 10시~오전 12시 간판을 점등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코자총 명의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11년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점동씨(58)는 "새벽 2시까지 점등시위를 한다"며 "정부 방역정책 항의 차원에서 당연히 동참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너편 골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서러움을 몰라줄 것 같다"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본다"고 했다.

코자총은 당초 이날부터 방역지침 위반을 감수한 '24시간 영업'을 예고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진행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전국 약 120만 회원업소의 점등시위 방식으로 항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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