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단은 물론이고 지퍼나 단추, 심지어는 공장 실까지 가격이 다 올랐어요. 환절기라 서둘러 재고를 정리해야 하는데 손님도 줄고 수지타산도 갈수록 안 맞아 걱정이 큽니다."(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인)
중동 전쟁 여파로 남대문시장의 공산품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 상승으로 재료비와 운송비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불황으로 소비까지 위축된 탓이다.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2% 올랐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9.9%를 찍으면서 공업제품 가격도 2.7% 뛰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 복도에는 손님들이 드문드문 오갔지만 북적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동복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지만 문을 닫은 매대나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는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상인 A씨는 "오후에 잠깐 손님이 바짝 몰린 뒤 소강상태가 돼버려 재고가 40% 넘게 남아돈다"며 "바로 앞 매장은 임대료를 낼 수 없을 수준까지 가 결국 폐점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원가와 운송비 상승이 가장 문제라고 했다. 상인들은 원단값이 하루 사이에 10~20% 오르는 게 예삿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 아동복 상가는 '제조 기반 도매시장' 구조로 돌아간다. 통상 동대문 시장을 통해 발주를 넣으면 외곽 창고에서 공장으로 원단을 옮기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이 상가로 온다. 유가가 오르면 원단값은 물론 물류비 부담까지 연쇄적으로 커지는 셈이다.
아동복 상인 B씨는 "창고에서 공장으로의 운송비는 당연이고 공장에서 상가로 옷을 들여올 때의 비용도 제작비에 포함돼 사실상 상인이 부담하게 된다"며 "4월부터 원단은 한 야드(약 90cm)당 1000원, 운송비도 1000원씩 올린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오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상가의 사정도 팍팍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자잿값이 오른 데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사치재 소비부터 줄인 영향이다.
상인 C씨는 "운송비가 15% 오르고 중국산 재료비까지 폭등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20% 올린 매장이 많다"고 했다. 상인 D씨도 "운송비도 오르는 데 소비도 줄어 이중고"라며 "비싸도 좋은 품질을 찾는 젊은 층 수요에 맞추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시장의 산업 구조가 고유가 국면에 취약하다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은 석유화학 기반 제품을 직접적으로 원자재로 취하고 있고 물류비용에 소비 절벽까지 겹쳐 전쟁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전통 시장과 주로 교류하는 개인 사업자 등의 운송 주체는 비용 보전 등 조건이 열악해 변동성이 높다"고 봤다.
독자들의 PICK!
미국과 이란이 8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시장에는 기름값 인하를 비롯한 비용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점쳐진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안정화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기 종전을 한다고 해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올해 안에 예전 수준의 유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