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김형준 "검수완박 정치적 의도…대선 직후 무리한 기소"

이세연 기자
2022.04.22 12:37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사건 첫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사안이다. 2022.4.22/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한 첫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 첫 재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 측이 "검수완박 주장을 위해 정치적 의도로 기소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뇌물수수 혐의 첫 공판에서 "공수처는 출범 후 1년 동안 기소한 사건이 없어 부담을 느껴서인지 대선 직후인 3월 11일 무리한 기소 결정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 측 변호인은 "이미 2016년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에서 강도 높게 수사해 처분을 내렸던 사건"이라며 "검찰은 수사 끝에 피고인을 구속기소 했고 재판에서 금전수수는 무죄로 확정됐으며 향응 중 일부만이 유죄로 확정됐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신중한 판단을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모 변호사도 혐의를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찰 수사에 의해서 사실무근인 것이 밝혀졌는데 사기꾼의 주장을 진실로 둔갑하기 위해 공수처가 기소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제 카드내역만 보고 김 전 부장검사와 마신 게 아니냐는 추측에서 기소했고 그것 외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공수처는 아마추어이고, 이 법정에서 제 억울함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 전 부장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박 변호사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재직 당시, 수사를 받던 박 변호사에게 2016년 3~9월 수사 편의를 제공하고 4000만원 정도의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장검사는 당시 박 변호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배당받았다. 박 변호사는 김 전 부장검사의 검찰 동료였다.

사건 당시 김 전 부장검사는 인사이동으로 증권범죄합수단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인사이동 직전이라 사건 처분 권한도 없었고, 접대 등에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공수처는 대법원 판례 상 '직무'란 과거 담당했던 직무도 포함되기 때문에 인사이동 직전이었다는 사실은 혐의 성립과 무관하고, 접대·금품 수수로 인해 검사 직무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됐기 때문에 뇌물 혐의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7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사업가 김씨가 2019년 10월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듬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2021년 6월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측에 술자리에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주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검찰 측에는 김 전 부장판사가 박 변호사 수사 사건에 어느 정도 수사 편의를 봐줬는지 대가의 범위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을 마친 후 김 부장판사는 기자들에게 "시간 되시면 고발대리인이 누군지도 살펴보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사건으로,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될지 주목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앞선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전 부장검사는 중·고교 동창인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2012년부터 약 5년 동안 약 5100만원의 금품, 향응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두 사람에 대한 다음 공판은 6월 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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