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한테 돈을 더 받는다고요? 서울에 있는 5개월 동안 겪어본 적은 없었어요."
1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추로스를 사려고 줄을 서고 있던 미국인 지오바니씨(35)는 "외국인을 상대로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경우는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상 앞에는 '추로스 4500원, 아이스크림 추로스 6500원'이라는 문구가 영어, 일어, 중국어 등 각종 언어로 안내돼 있었다.
코로나19(COVID-19) 규제가 완화되고 자유로이 하늘길을 오갈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명동이 있는 서울 중구의 외국인 방문자 수는 38만343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11만7153명과 비교해 3.3배 증가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많아지면서 일각에서는 관광객들을 노린 '바가지요금'이 다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명동을 방문한 대부분의 외국인은 노상에서 판매하는 한국 음식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5시쯤 명동 거리에는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노상에서 산 길거리 음식을 손에 쥐고 있었다. 새우 강정, 계란빵, 게 튀김 등 메뉴도 다양했다. 잡채, 과일주스, 치즈 빵, 딸기모찌 등 노상에서 파는 메뉴는 각기 달랐지만 저마다 테이블 위에 5000원, 4000원 등 가격을 명시하고 있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대회 잼버리(잼버리)를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타고 고국인 스웨덴으로 향한다는 이울로씨(20)는 "스웨덴과 비교했을 때 물가가 싼 편이지만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명동 물가가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구매 욕심을 접을 정도로 비싼 편은 아니라 괜찮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울로씨는 6000원 하는 치즈볼 컵을 하나 산 뒤 다른 잼버리 대원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잼버리가 끝난 뒤 명동 관광에 나선 아일랜드인 애니 던리씨(20)는 "아일랜드와 비교하면 물가가 너무 싸고 가게도 다양해 좋다. 대형 소프트아이스크림도 3000원에 샀다"며 싱긋 웃어 보였다.
미리 구매할 상품의 가격을 알아보고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명동 A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20대 양모씨는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오는 데 중국인 관광객들은 원하는 상품의 정보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찾아서 오는 경우가 많아 비싸게 받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D 쇼핑몰에도 각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물밀려 들어왔다. 쇼핑몰 안에서는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등이 사방에서 들렸다. 귀국 전 어머니와 함께 옷을 사러 왔다는 일본인 오사또 미오씨(23)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 물가가 그리 비싸진 않은 것 같다"며 "음식, 옷, 기념품, 숙소 모두 싸서 좋다. 이번이 4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에서 온 빅토리씨(25)는 "한국 여행하는 동안 서울, 부산, 경주, 안동 등을 방문했는데 음식도 맛있고 물건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중이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며 기념품으로 산 한국식 부채를 펼쳐 보였다.
한편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D 쇼핑몰 방문객은 중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국 단체 여행을 허가한 것을 두고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더 늘어날 거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이 완전히 풀린 것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6년5개월여 만이다.
D 쇼핑몰에서 편집숍 직원으로 일하는 정모씨(41)는 "코로나19 시기 매장을 열어서 거의 내수 고객들만 만났다"며 "요즘은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오는데 최근 중국 규제가 풀리며 중국인들이 몰려오면 더 붐비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는 중국인들이 매출 50% 이상을 담당할 만큼 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