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방력이 세계 최고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4차선 도로에 보병전투차량(K-21)이 굉음을 내며 등장하자 70대 남성 김모씨가 엄지손을 치켜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국방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라 너무 감격스럽다"며 "우리 아들도 학군단(ROTC) 장교인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고맙고 응원한다"고 했다.
제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26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기념식과 시가행진이 펼쳐졌다. 이번 행사는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힘에 의한 평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열렸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서울 숭례문~광화문 1.2㎞ 구간에서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 모터사이클 기동대가 움직이자 보병전투차량, 탱크, 미사일 등 장비부대가 행진을 이어갔다. 보도 부대는 육해공 사관학교 학생들과 함께 광화문 방면으로 이동했다. 시가행진 말미에는 시민들이 보도 부대와 함께 행렬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이번 행진에는 46개 종류, 174대 장비가 등장했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최첨단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이 시민들 앞에 처음 선보였다. K2 전차와 다연장 로켓 천무,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L-SAM, 공격형 무인기 등도 등장했다. 육해공 등 각 군 장병 4000여명이 참가했으며 주한 미 육군 제8군 전투부대원 300여명도 자리에 함께 했다.
굵은 비가 쏟아졌지만 시민들은 즐거운 모습이었다. 시가행진을 위해 막아놓은 펜스 뒤에는 어린이, 외국인, 노인 등 수백명의 인파가 모여있었다. 이들은 눈 앞에 등장한 전투 차량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는 시민들, 휴대폰을 꺼내들어 영상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 아이들은 군 장비 부대를 가리키며 "우와 멋지다" "엄청 크다" 등을 외쳤다. 건물 옥상에서 시가행진을 내려다보는 시민들도 곳곳에 보였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70대 이성도씨는 "10년 만에 하는 행사라서 30분 넘게 지하철 타고 왔다"며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멋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브리즈씨(27)는 "2주 전에 한국에 왔는데 이런 대규모 퍼레이드는 처음 봤다"며 "북한 퍼레이드는 강압적인 느낌인데 한국은 아닌 것 같다. 정치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도심 곳곳에 차량들이 전면 통제되면서 불편함을 겪은 시민들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서울공항을 기점으로 헌릉로~양재대로~동작대로~현충로~한강대로까지 전 차로에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40대 김모씨는 "버스나 택시를 못타서 불편하다"며 "동탄을 가야 하는데 서울역까지 걸어서 가야 한다.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통이 통제되는 전 구간에 시민 안전 확보 및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통경찰과 군사경찰 등 1000여명을 배치했다. 서울시 역시 시민들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제구간을 지나는 267개 버스노선을 우회 운영하고 지하철 2,3,5호선의 운행횟수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