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 기술 만큼 쓰는 기술 중요...발사체 그 너머 시야 넓혀야"

"쏘는 기술 만큼 쓰는 기술 중요...발사체 그 너머 시야 넓혀야"

류준영 기자
2026.02.12 05:00

[인터뷰]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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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로켓 발사 소식이 전해지는 시대다. 우주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의 산업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사된 로켓은 약 300개에 달한다. 이제는 거의 매일 지구 어딘가에서 로켓이 발사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우주산업에서 발사체는 일종의 택배차와 같고, 그 위에 무엇을 실어 올리느냐가 산업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11일 발족한 K-우주포럼은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협력 네트워크다. 이 의장을 포함한 우주산업 및 투자 전문가 10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가 공동사무국을 운영한다.

반도체보다 큰 우주산업, 시야를 넓힐 때

이 의장은 한국 사회가 우주를 바라보는 인식이 발사체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국내 우주산업이 발사체를 넘어 보다 넓은 생태계로 확장돼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누리호(한국형발사체) 발사는 한국 우주기술의 상징적 성과이자 반드시 지속돼야 할 핵심 기반"이라면서도 "이제는 발사 성공 자체를 넘어 이를 기반으로 어떤 산업을 함께 성장시킬 것인지까지 시야를 넓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일런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통해 로켓 개발에 나선 배경 역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사업 추진을 위해서였다. 외부 발사 서비스에 의존할 경우 비용과 일정 통제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발사 역량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이 의장은 "한국은 위성·발사체·부품 등 개별 기술 역량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하나의 산업으로 묶어 지속적으로 키워갈 안정적인 구조와 합의된 방향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발사체 개발과 위성·데이터·서비스 산업이 균형 있게 성장할 때 비로소 우주가 국가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와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23년 6300억달러(약 925조원)에서 연평균 약 9%씩 성장해 2035년에는 1조8000억달러(2643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규모만 보더라도 우주산업은 단일 산업 기준으로 이미 스마트폰(2024년 589조원)은 물론 반도체 산업(911조원)을 넘어섰다.

이 의장은 "지난해 우주로 올라간 물체의 총량은 약 3000톤(t)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시장 가치로 환산하면 1톤당 약 2000억~3000억원으로 우주로 보내는 위성이나 장비는 무게만 따져도 거의 금덩어리 수준의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주산업은 작은 물체 하나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헤리티지' 쌓을 플랫폼 구축해야

그는 "한국이 우주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의장은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헤리티지(heritage)'를 꼽았다. 우주에서 한 번이라도 검증된 이력, 다시 말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작동해 본 경험이 있어야 시장과 투자도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스타트업이 우주 사업을 한다고 하면 클라이언트는 가장 먼저 '우주에서 검증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며 "그 질문에 답할 경험 자체가 없는 것이 K-우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에 이러한 실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누리호 발사 기회를 놓치면 다음 발사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해외 발사장을 이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실험 기회가 일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구조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확보한 첨단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원활히 이전되지 못하는 현실 역시 큰 장벽으로 지목된다.

이 의장은 "설계도면이나 기술 소유권이 규제와 책임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민간에서는 스페이스X처럼 빠른 반복 실험과 개량이 쉽지 않다"며 "발사 허가도 특정 설계에만 맞춰져 있어 조금만 변경해도 책임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 정책조차 '보조금'이나 '특정 기업 몰아주기'로 해석되면서 중도에 중단되거나 축소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우주산업 전반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법은 '풀뿌리 시험장'과 발사 일상화

이 의장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풀뿌리 시험장' 구축과 발사 서비스의 일상화를 제시했다. 그는 "동네 축구가 있어야 국가대표가 나오듯 우주 역시 기초 실험장이 있어야 산업이 자란다"고 강조했다. 사운딩로켓(우주에 잠깐 다녀오는 연구용 로켓) 제작이나 로켓 재진입 실험, 소형 탑재체 탑재와 같은 시도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돼야 스타트업이 헤리티지를 축적하고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한 번의 완벽한 성공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작은 실패를 반복하며 검증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우주산업은 초기 시장인 만큼 성장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자본 투입 규모도 큰 분야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우주산업의 본질이 전자·통신·광학·소프트웨어 산업에 있다고 짚으며 IT강국인 한국이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의 제조 경쟁력을 우주로 연결하고 데이터센터 등 기반 산업을 갖춰 나가야 한다"며 "우주가 국가 이벤트에서 기업의 매출로, 단발성 성공에서 반복 가능한 서비스 산업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은 결국 우리 산업계의 '빈 고리'를 찾고 이를 메우는 데 있다"며 "K-우주포럼이 그 역할을 맡겠다"고 덧붙였다.

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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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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