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열심히 일해도 누구든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지방검찰청과 지청 근무 여건에 대해 수도권 지역의 A차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범죄가 점점 복잡해지고 수사 중 챙겨야 할 법률 절차는 늘어난 반면 실무를 담당할 평검사는 줄면서 일선 검사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렸다는 얘기다.
A차장검사는 "언론에서 주로 정치인이나 기업인 수사가 주목받으니까 검찰 하면 특수부·공공수사부가 전부인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검사는 민생사건을 다루는 형사부나 공판부 검사들"이라며 "검찰 수사의 80~90%를 차지하는 이런 사건을 담당할 인력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검사 인력 부족은 사건 대비 검사 수에서도 확인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는 148만2433건이었다. 형사부 검사 1명이 매달 150~200건의 사건을 맡았다. 유럽국가 평균의 4.5배, 일본의 2.4배다. 검찰청의 불이 24시간 꺼지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최근 들어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평검사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평검사 수는 2013년 1336명에서 2015년 1433명으로 늘었다. 2014년 말 개정 '검사정원법' 시행에 따라 검사 총원이 확대된 결과다. 하지만 '반짝' 증가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수는 2019년부터 올해 10월 현재까지 최근 5년 간 △1398명 △1406명 △1385명 △1329명 △1294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평검사 비율은 2013년 71.2%에서 현재 61.8%로 지속 감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도 높은 업무 부담이 더 커지는 추세인 셈이다.
범죄 유형과 내용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사건마다 수사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검사들의 짐을 키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달로 범죄 과정에서 익명성이 강화되고 사기 사건만 봐도 가상화폐 기술을 이용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수사 환경의 변화에 따른 업무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력 20년 이상의 검찰 간부는 "사법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건 관계인들이 늘었고 수사 과정에서 제출하는 서류도 많아졌다"며 "재판절차 진술권 보장, 구조금 제공 등 피해자 지원 절차가 다양해지면서 검사들의 손이 바빠졌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어진 파견 근무도 일선 현장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형 사건에 차출된 검사가 담당했던 사건을 남아있는 검사들이 떠안으면서 업무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평검사로 근무하다가 올해 2월 퇴직한 김규현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평검사들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파견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꼭 필요한 파견만 이뤄지도록 지휘부가 적절히 판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만성적인 수사인력 부족이 결국은 수사와 재판의 질적인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3~4년 전부터 지적됐던 재판 지연에 이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과 맞물려 수사 지연도 흔한 일이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차장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요즘 수사와 재판의 지연은 '심각하다'는 말로 설명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예전엔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된 사건을 일정 기한(4개월)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장기 미제로 분류하고 불이익을 줬는데 지금은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지연에 따른 피해가 너무 커서 승소해도 변호사만 웃고 당사자는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개발도상국 시절처럼 소수 인원의 과로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