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가 오는 15일 오후 8시30분 진행된다.
우리 대표팀은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다. 클린스만 감독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한국 축구의 황금 세대 멤버들과 아시안컵 정복에 나선다.
앞서 한국은 초대 대회(1956년)와 2회 대회(1960년)에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후에도 한국은 4차례(1972·1980·1988·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지만,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0년 넘게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에 포함된 우리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바레인(15일), 요르단(20일), 말레이시아(25일)를 상대한다. 아시안컵 우승이란 한국 축구의 숙원을 클린스만 감독이 풀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클린스만은 1964년 7월30일 서독의 괴핑겐에서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여덟 살부터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클린스만은 유소년 시절부터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결국 그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독일 2부 리그 팀이었던 슈투트가르트 키커스와 프로 계약을 맺었다.
2부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클린스만은 1984년 1부 리그(분데스리가) 팀인 VfB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했다. 그는 이적 첫 시즌에 15득점을 기록해 팀 내 최고 득점자에 오르기도 했다. 1987-1988시즌에는 리그 19골을 넣어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올랐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1988년 독일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1987년부터 국가대표로 발탁된 클린스만은 독일 유니폼을 입고 통산 108경기에 출장해 47골을 넣었다. 이는 독일 대표팀 역대 출장 6위, 역대 득점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클린스만은 1990년 국제축구연맹(FIFA)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서독 대표팀의 핵심 스트라이커로 뛰며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선수 시절 클린스만은 '금발의 폭격기'(The Golden Bomber)로 불리던 위대한 공격수였지만, 동시에 저니맨(Journeyman)이기도 했다. 저니맨이란 부진이나 부상, 적응 문제 등으로 다수의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를 뜻한다. 클린스만은 선수 시절 무려 8개 팀에서 뛰었다. 이 중에는 손흥민과 김민재의 현 소속팀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도 있다.
2003년 선수에서 은퇴한 클린스만은 이듬해 7월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클린스만은 노쇠화한 독일 대표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어린 선수를 적극 중용하면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준비했다.
독일 월드컵에서의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은 준수했다. 자국에서 대회가 열린 덕분인지 독일 대표팀은 준결승에 올랐고, 이 대회의 우승팀이 되는 이탈리아에 석패했다. 이후 독일은 3위 결정전에서 포르투갈을 3대 1로 꺾고 최종 성적 3위를 차지했다.
이 월드컵 성과로 클린스만은 독일 연방 훈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축구연맹(DFB)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 독일 대표팀을 떠났다. 잠시 휴식기를 가진 클린스만은 2008년 7월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클린스만은 연속된 좌절을 맛보게 된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뮌헨은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고, 클린스만은 팀을 맡은 지 1년도 안 된 2009년 4월 경질됐다. 당시 뮌헨의 주장이었던 필립 람은 이후 자서전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능력이 부족해 선수들끼리 모여 전략을 논의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클린스만은 2011년 7월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클린스만의 미국 대표팀은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멕시코 등을 꺾으며 좋은 초반 흐름을 잡았다. 이 기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 대표팀은 2014년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고, 클린스만은 이 성과를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오합지졸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미국축구연맹(USSF)은 2016년 11월 클린스만을 경질했다.
이후 클린스만은 2019년 11월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BSC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 선택은 클린스만의 축구 일대기 중 최대의 흑역사를 남기게 됐다. 팀을 이끌던 클린스만은 2020년 2월 돌연 감독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클린스만이 구단 측과 협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퇴 발표를 한 것이다. 클린스만은 개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임 뜻을 밝혔고, 이 같은 소식을 뉴스로 접한 구단 측은 분노했다. 현지 언론과 축구 팬들 역시 무책임한 클린스만의 행동을 맹비난했다. 이후 클린스만은 구단 측에 자기 행동을 후회한다며 복귀 뜻을 전했지만, 거절당했다.
헤르타 BSC에서의 프로답지 못한 모습에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축구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전 소속팀에서 약 2개월 만에 무단 사퇴한 인물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KFA)에 많은 비난을 쏟아냈다.
설상가상으로 클린스만호는 △콜롬비아 △우루과이 △페루 △엘살바도르 △웨일스 상대 첫 5경기에서 3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팬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팀이 단기간에 이렇게 약해질 수 있냐며 "파울루 벤투의 유산을 클린스만이 없애고 있다"고 성토했다.
클린스만이 한국에 머물지 않고 미국, 유럽에 오가며 재택근무 중이란 사실도 알려지면서 축구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팬들은 헤르타 BSC 사례를 언급하며 클린스만이 불성실하게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결국 클린스만은 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해명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후 클린스만에 대한 여론은 반전됐다.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과 상대해 5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은 5경기 동안 19득점 0실점을 기록했다. 상대가 비교적 약팀들이었던 것을 고려해도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인 셈이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트로피를 통해 한국의 숙원 해결뿐 아니라 과거 세계 축구의 중심 유럽에서 활약했던, 축구인으로서 자신의 명예를 되찾으려 한다. 클린스만호가 숙적 일본과 이란 등을 꺾고 아시안컵 정상에 올라,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항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