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가요" 경찰에 총 받아 전 직장으로…50발 난사한 30대 남성[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4.02.15 09:03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MBC 뉴스 갈무리

2012년 2월15일 아침 9시40분. 충청남도 서산에서 수십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진원지는 농공단지에 있는 한 공장. 3년 전 이곳을 퇴사한 성모(당시 31세)씨는 이날 옛 직장동료 6명에게 조준 사격 10발을 포함해 총탄 50여발을 퍼부었다.

이 총격으로 직원 최모(38)씨가 현장에서 숨졌고, 임모(30)씨, 문모(56)씨는 가슴과 팔을 크게 다쳤다.

차를 몰고 도주한 성씨는 서해대교에서 경찰과 대치하자 음독자살을 시도했고, 나흘 만에 숨을 거뒀다. 그는 왜 3년 전 퇴사한 직장을 찾아와 총기를 난사한 것일까.

직원에 총탄 50발 난사…"'빵' 폭발음 들렸다"
/사진=MBC 뉴스 갈무리

성씨가 쏜 총은 이탈리아 베넬리사에서 만든 1m 길이의 12구경 산탄총이었다. 산탄총은 탄환 여러 개가 흩어지도록 발사해 명중률이 높다.

성씨는 이날 아침 경찰관서를 찾아 "제천으로 수렵을 갈 것"이라며 해당 총기를 인수받았다. 이후 아버지 명의로 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타고 농공단지로 향했다.

공장에 도착한 성씨의 눈엔 가장 먼저 흡연장에 있던 직원 6명이 들어왔다. 그는 이들을 향해 10발의 조준 사격을 포함, 모두 50여발을 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정모씨는 "지게차를 운전해 화물을 내리고 싣는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빵' 하는 폭발음이 들려 돌아보니 직원 1명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성씨는 공장을 빠져나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를 거쳐 상행선(서울 방향)을 타고 달아났다. 그는 허리춤에 직경 1㎝가량의 탄환 111발을 두르고 있었고, 배낭 등에 담긴 것까지 합하면 모두 258발의 총알을 갖고 있었다.

경찰, 20㎞ 추격전 끝에 검거했지만…
성씨가 모는 SUV(원 안) 차량이 범행 직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도로공사 영상 갈무

경찰은 범행 11분 만인 오전 9시51분쯤 성씨의 차량이 서산IC를 통과한 것을 확인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당진 IC 부근에서 성씨의 차량을 따라잡았고, 고속도로순찰대와 공조해 추격전을 벌였다.

추격전은 서해대교까지 20㎞나 이어진 끝에 막을 내렸다. 경찰은 승합차로 성씨의 차량을 들이받아 멈춰 서게 했다. 성씨가 경찰차에 총 3발을 쏘는 등 거세게 저항했지만, 경찰은 테이저건으로 성씨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도움도 받았다. 앞서가던 화물차가 경찰과 성씨의 추격전을 눈치채고 도로를 가로막았다.

성씨는 검거 직전 미리 준비한 농약을 마셨다. 그의 차에서는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 3개가 발견됐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위세척 등을 받았지만, 나흘 만에 사망했다.

"3년 전 괴롭힘 보복하려 했다"
/사진=MBC 뉴스 갈무리

성씨가 숨지면서 범행 동기는 미궁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성씨가 공장에서 자신을 따돌린 선배, 동료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씨 역시 병원까지 동행한 경찰관에게 "공장에 다닐 때 자신을 괴롭힌 직원에게 보복하려고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특히 총격으로 숨진 최씨가 당시 성씨의 관리자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원한에 따른 범행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다만 성씨는 이 공장에서 3년 전 고작 석 달 일한 게 전부였다. 직원들도 "(성씨가) 공장에서 3년 전 일했다는데,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일부 직원은 피해망상 등 정신 이상으로 인한 범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의 허술한 총기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총기를 구매하는 절차는 까다롭지만, 출고한 총기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시스템은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경찰은 수렵용 엽총이나 공기총을 경찰관서에서 출고하면 반납 시까지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항상 켜놓도록 하고, 수렵용 실탄 구매 한도와 보관 수량을 줄이는 내용으로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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