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에 檢 내부 파열음…이원석, 남은 '0.195㎞' 완주할까

조준영 기자
2024.07.23 14:52

[조준영의 검찰聽]

[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4.07.23.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결승선 앞에 선 검찰총장의 발을 걸어버린 게 아니냐."

지난 5월 단행된 검찰 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인사 패싱' 논란이 일었을 때 한 검사장의 평가였다.

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직후 단행된 인사였다.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차장검사들, 대검찰청 간부 대부분이 교체되면서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던 이 총장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5월 인사로 지도부가 교체된 서울중앙지검이 두 달 만에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 총장에게 사전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를 소환조사해 또 한 번 '총장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이 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특혜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대검 감찰부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진상조사 지시에 반발한 중앙지검 수사팀 검사가 사표를 내는 등 검찰 내 파열음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검찰 내부에서는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조사를 헌정사상 최초로 진행한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부장검사는 "과거 영부인 수사 전례를 봐도 이번에 검찰이 특혜를 줬다고 보긴 어렵다"며 "진상조사 지시에 검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그 지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한 차장검는 "총장이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 총장이 대검 간부들에게 늘 강조하는 숫자는 0.195다. 42.195km 마라톤에서 자신은 마지막 구간인 0.195km를 남겨두고 있고, 온 힘을 다해 달리겠다는 취지였다. 임기 절반을 채운 지난해 9월부터 줄곧 하던 말이었다.

이 총장이 남은 '0.195km'를 전력질주하겠다며 강조한 것은 팀워크였다. 그는 지난해 9월 대검 월례회의에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어록을 인용하며 "한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하지만, 팀의 우승을 위해서는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의 패싱 논란에 이 총장이 기자들 앞에서 침묵하는 모습으로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점차 대응 수위도 높이면서, 총장의 마라톤 완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거취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줄곧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던 이 총장은 최근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하고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해보겠다"며 전보다 강경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차기 총장 임명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사태가 금세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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