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쉼터요? 지나가다 보면 들어가 보겠는데 안내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5일 낮 12시40분쯤 서울 종로구 신교동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86)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와 만난 곳에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청운경로당까지는 불과 5분 거리다.
청운경로당 문 앞에는 '무더위·한파 쉼터'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지만 문이 굳게 잠긴 상태였다. 문을 두드리고 잡아당겨도 인기척이 없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잠금을 해제해야 경로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나온 이용 가능 시간은 평일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시민이 있어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국에 마련된 실내·외 무더위 쉼터는 6만1196곳에 달하지만 무더위 쉼터에 대한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정과 복지관 위주로 운영되면서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종로구에 있는 또 다른 무더위 쉼터인 종로장애인복지관은 1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쉬다 갈 수 있다.
1층에 마련된 안내데스크에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러 왔다'고 하자 3층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3층에서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3층에서 만난 복지관 관계자는 "건물 1~4층까지 무더위 쉼터로 이용할 수 있다"며 "물을 마시거나 로비에 마련된 좌석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위를 피하려는 외부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차모씨(79)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을 자주 지나는데 더위를 피하려 굳이 가볼 생각은 안 해봤다"며 "무더위쉼터를 보면 경로당이 많던데 이미 그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으니 선뜻 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시설에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종로구 효자동에서 만난 50대 박모씨는 "요즘 또다시 코로나19(COVID-19)가 유행한다고 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장소는 꺼려진다"며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무더위 쉼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김모씨는 "장애 학생들을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잠시 시간이 나서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무더위 쉼터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곳이 무더위 쉼터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무더위 쉼터를 이용해 본 시민들은 홍보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주부 황모씨(49)는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무더위 쉼터 정보가 공유돼 종종 이용한다"며 "애매하게 시간이 뜰 때 무료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홍보가 좀 더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