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31일 오후 5시 40분쯤. 임세원(당시 47세)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신이 진료하던 조울증(양극성 기분장애) 환자 A씨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임 교수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긴급수술을 받았지만, 당일 오후 7시 30분쯤 사망했다.
A씨는 현장에서 임 교수에 대한 응급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내가 찔렀다. 수갑을 채우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A씨는 해당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진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퇴원 약 1년 만에 병원을 찾은 A씨 상태는 더 악화해 있었다. 그는 "정부와 강북삼성병원이 자신을 3차 세계대전의 주동자로 만들려고 강제 입원시켰다", "병원이 머릿속에 소형 폭탄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불길한 기운을 느낀 임 교수가 비상벨을 누르고 대피하려 하자 A씨는 갑자기 소지하던 흉기를 꺼내 들고 임 교수에게 다가갔다.
임 교수는 진료실 내부 쪽문을 통해 옆 진료실로 대피했다. 이후 복도로 나와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에게 "신고하고 도망가라"며 위험을 알렸다. 그는 직원들이 무사히 피했는지 확인하다 복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고, 이 틈에 달려든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했다.
체포된 A씨는 경찰에 "(병원이) 머릿속에 폭탄을 설치한 만큼,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었다"고 횡설수설했다.
임 교수 사망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새해를 맞이한 의료계는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라고 밝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임 교수는)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라고 추모했다.
임 교수는 생전 SNS(소셜미디어)에 "(의사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쓰기도 했다. 그는 20년간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를 치료하고,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정신건강 의학 전문가였다. 2011년엔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보듣말)를 마련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2016년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출판해 환자들에게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족은 조의금을 정신질환 환자 치료·연구에 써 달라고 기부하며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9월29일 임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그의 유해는 2022년 9월24일 국립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다.
2019년 5월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장은 "(임 교수가) 진료 예약 없이 무작정 찾아온 자신을 찾아온 A씨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수락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라며 "(A씨가) 수사기관에서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전혀 반성도 없다"고 판시했다. 2심, 3심에도 원심판결은 유지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2019년 4월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직무 중 폭행으로 사망할 경우 가해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의료인에게 상해와 중상해를 입히면 각각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7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3년~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대형병원엔 보안 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비상경보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의원급 의료기관엔 적용되지 않아, 의료진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