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내란 수사권을 사실상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에 이어 체포영장 발부까지 성공하면서 향후 공수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와의 갈등, 영장이 집행돼도 구속영장 청구까지 공수처에게 주어진 48시간이란 촉박한 시간, 윤 대통령의 조사협조 여부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전 9시25분경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전날 0시 영장을 청구한 지 33시간여 만이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 모두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요구에 세 차례 불응하고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는 등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이례적으로 장고에 돌입한 데에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공수처의 내란 수사권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영장 발부로 공수처의 내란 수사권이 법원에서 일차적으로 인정되면서 수사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영장 집행까지 이뤄지기까지 거쳐야할 관문은 많다. 대통령경호처가 영장집행을 막아설 경우 무력충돌까지 벌어질 수 있고, 관저로 나온 대통령지지 시민들과의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충실한 수사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체포한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즉시 석방조치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유의미한 진술을 체포기간 내에 얻어내지 못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짧은 신병확보 기간도 변수다.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최근 검찰과 협의해 구속기간 20일을 절반씩 나눠 피의자 조사를 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발부돼도 공수처는 1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쫓겨 검찰에 서둘러 사건과 자료만 송치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기소권을 쥔 검찰이 대대적인 보강수사를 벌일 경우 공수처가 무리하게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수사권 문제는 당장 일단락 된 듯 보이지만 영장판사 개인 의견일 뿐으로 본안재판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공소유지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과의 첨예한 공방을 주고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