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음주운전만큼 위험한 약물운전(上)
①5년 사이 186% 늘어

#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던 포르쉐가 난간을 들이받고 튕겨 나가 한강 둔치에 떨어졌다. 차량은 뒤집힌 채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차량 4대를 들이받았다. 운전자인 30대 여성은 사고 당시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에 취한 상태였고, 그의 차량에서는 프로포폴이 담긴 주사기와 의료용 튜브가 발견됐다.
# 같은달 28일엔 서울 용산구에서 벤틀리 차량을 몰던 30대 남성이 약물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차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약물 검사 요구를 거부해 체포됐다. 차량에서는 액상 담배와 유사한 형태의 약물 키트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운전'이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술'만 도로 위 위험이 아닌 셈이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이 일상으로 파고들어서다. 오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과 단속이 강화된다. 하지만 복용량과 시간 등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건수는 지난 5년 사이 186% 늘었다. 2021년 83건, 2022년 80건을 기록한 뒤 2023년 12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24년 164건, 지난해에는 254건으로 집계됐다.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별도의 검거 통계가 없어 실제 적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2020년대부터 마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약물운전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약물운전은 마약운전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면제나 항불안제 등 병원으로부터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후 사고를 내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23년 24건에서 2024년 70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마약 외 약물'로 인한 교통사고가 19건(사망 0명·부상 32명)에서 2024년 52건(사망 1명·부상 86명) 크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이경규 사례가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한 뒤 다른 사람 차량을 몰다가 적발됐다. 당시 그가 먹은 공황장애 치료약에는 졸림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신호위반 사고 운전자에게서도 같은 성분이 확인됐다.
약물운전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단속·처벌 기준도 강화됐다. 오는 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던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경찰이 약물 복용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측정 요구를 불응하면 약물운전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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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예상된다.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도로교통법 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약물의 범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481종과 화학물질관리법상의 환각물질 9종 등 총 490종이다. 하지만 약물의 복용량과 시간 등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운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마약류 등 성분 자체에 따라서도 위험도가 다르지만 복용량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이라며 "약을 제품으로 접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약의 체내 농도 혹은 복용 후 시간에 대해 평균적인 수치를 기반으로라도 판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②단속 까다로운 약물운전

오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음주단속처럼 경찰의 강제 측정이 가능해진다. 다만 사고가 발생하거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적발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음주단속과 병행해 약물 운전 특별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오는 2일부터 약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약물 운전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측정 절차도 간소화됐다.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는 경찰의 측정 요구에 따라야 한다. 기존에는 운전자 동의가 필요하거나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현장 대응이 가능해졌다. 측정 불응죄도 신설되면서 단속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법 시행에 맞춰 오는 2일부터 5월말까지 약물 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음주운전과 달리 외관상 특징이 뚜렷하지 않아 혐의 포착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정급 경찰관 A씨는 "간이시약 검사기를 통해 단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약물운전은 외부로 드러나는 특징이 적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속 과정에서 시민과의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약물 단속은 아직 일반 시민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약물 단속은 시민들이 아직 경계하는 반응을 보인다"며 "양해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약물운전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 상태인지'가 기준이기 때문에 평소 복용하는 약을 먹었더라도 운전 상태에 따라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술적 한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입으로 바람을 부는 방식으로 '호흡 측정'이 가능한 음주 단속과 달리 약물 단속은 절차가 복잡하다. 전체 490종의 대상 약물 가운데 간이 시약으로 검출할 수 있는 건 10종에 불과하다.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간이시약 검사 결과는 증거 능력이 없다. 또 음성일 경우에도 현장 경찰의 판단으로 소변·혈액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경찰은 신고 기반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이상적인 운전을 하거나 사고 이후 횡설수설하는 등 언행이 이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서 신속히 혐의를 확인할 것"이라며 "음주 단속과 마찬가지로 눈빛과 말투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속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