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가 사망하기 전 자식이 2년여간 동거하거나 병원 통원을 도왔다는 사정만으론 유족 보상금 지급순위를 바꿀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숨진 유공자 A씨의 여섯째 딸 B씨가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선순위 유족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지난해 10월3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경제적 부양·부조 정도만을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간병·동거 등을 통한 정서적 부양·부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사망할 때까지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며 요양보호사들의 간병을 받았다"며 "B씨가 A씨가 숨지기 전 몇 년의 기간 동안 동거했다거나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는 사정만으론 A씨를 전적으로 부양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유공자법은 유족 보상금의 지급 우선순위를 배우자-자녀-부모 순으로 규정한다. 순위가 같은 유족이 여럿인 경우 서로 협의해야 하고, 협의가 결렬될 경우 '유공자를 주로 부양·양육한 사실을 입증한 사람'이 보상금을 받는다. 앞선 방법으로도 지급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는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보상금을 받게 된다.
무공수훈자 자격으로 유공자가 된 A씨는 2018년 11월 사망했다. 선순위 유족으로 먼저 등록된 A씨의 아내는 2021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유족순위는 부부가 남긴 자녀 7명 중에서 가리게 됐다.
B씨는 2022년 2월 'A씨를 주로 부양했으니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해달라'는 취지로 보훈청에 신상변동신고서를 제출했고, 보훈청은 일곱째 아들 C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같은 해 11월 "두 사람 모두 '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B씨에게 부양사실을 입증할 공부(관공서 장부)가 없고, C씨는 A씨와 주민등록이 일정기간 일치하지만 사회통념상 자식의 도리 이상으로 A씨와 공동체를 이뤘거나 다른 유족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보훈청의 의결 취지다.
법정에서 B씨는 △2011년 노인재가센터에 A씨의 보호자로 등록한 뒤 요양보호사 2명의 돌봄을 받도록 하며 수시로 왕래한 점 △2016년 아파트를 B씨 자비로 마련해 A씨 부부와 함께 거주한 점 △A씨의 병원비·간병인비로 4000만원, A씨 아내의 병원비로 2400만원을 지출한 점 등에 비춰 자신이 A씨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와 약 2년간 거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파트 취득자금(2억8000만원)의 상당 부분이 A씨가 기존에 살던 주택의 임대보증금과 대출금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A씨가 임대보증금 6000만원과 아내가 소유한 현금 1억원을 모두 B씨에게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B씨가 병원비·간병인비 지출을 입증할 영수증 등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고, 지출의 많은 부분이 A씨의 연금과 다른 자녀들의 경제적 지원 또는 현금 1억원에 붙은 이자수입 등으로 충당됐다고 밝혔다.
B씨가 항소를 취하해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16일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