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입주자 이승재씨(29)와 묘생 4년 차 '코별이'가 기자를 맞았다. 이들은 반려묘와 1인 가구 집사(고양이 양육자)를 위한 16세대 규모의 공동체 주택 '묘나공주(고양이 묘와 나의 공동체 주택)'에 살고 있다. 묘나공주는 반려묘를 키우는 집사들만 거주할 수 있다.
2023년 3월 이사 온 이씨도 특이한 조건에 끌려 입주를 결심했다. 그는 "원룸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많이 거절됐다"며 "다른 집도 조건은 좋았지만, 반려동물이 있다고 하면 매물이 갑자기 줄었고 양육 가능하다고 해도 고양이와 함께 살기엔 열악해 적절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묘나공주는 반려동물 양육에 관심이 많은 건축주의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다. 우선 각 방에는 캣 타워가 설치됐다. 캣 타워는 20만~30만원에 거래되는데, 반려동물을 양육 중인 1인 가구에는 필수 지출을 아낀 셈이다. 집사끼리 공동 구매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반려묘 물품을 살 수도 있다. 2023년 KB 금융그룹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 가구는 매월 고정적 양육비로 평균 15만4000원을 지출했다. 2021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매월 집사 회의를 여는 점도 특징이다. 회의는 묘나공주 1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에서 진행되며 참여 가능한 세대가 모여 안건을 논의한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빙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고양이를 주제로 힙합 배우기 등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이뤄진다.
여행 등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마음 놓고 옆집에 고양이를 맡길 수 있는 점도 묘나공주의 장점이다. 이씨는 "앱을 이용해서 펫 시터를 구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을 맡겨야 하는데, 간혹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하니 불안했다"며 "묘나공주 입주자들은 전부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 마음 놓을 수 있다"고 했다.
공동체 주택은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육아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퇴색 중인 공동체 의미를 변화시키고자 서울시가 시작한 사업이다. 2017년 서울특별시 공동체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후 2020년 11월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소속 공동체주택지원허브가 운영했다.
서울시에서 인증받은 공동체 주택은 현재 총 49곳으로, 묘나공주 외에도 반려 가구 공동체 주택은 관악구 신림동에 2곳이 있다. 1인 가구와 반려 가구 증가에 따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1인 가구 수는 1012만2587세대로, 10명 중 4명이 1인 가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개·고양이 누적 등록 수는 2023년 328만6000마리로 3년 전에 비해 18%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