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판단은 경험에서 나온다"…직접 로프타고 구출한 '소방관'

김온유 기자
2025.05.06 13:40

[우리동네 소방관] ⑦고광림 소방장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절벽에 고립된 구조자를 구조한 뒤 안전조치를 하는 고광림 소방장의 모습/사진제공=소방청

"절벽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구조 대상자의 눈빛을 보며 꼭 구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119항공대에서 헬기 구조대원으로 근무 중인 고광림 소방장은 지난 3월 참여했던 통영 수우도 구조작전이 9년간의 근무기간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당시 구조 대상자는 등산 중 낭떠러지에 떨어져 벽에 한쪽 발을 지탱한 채 지푸라기에 의존한 상태였다. 신고 이후 수십 분 동안 이 상태로 고립돼 있었다.

고 소방장은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온몸이 땀에 젖어 손발이 떨리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며 "당장이라도 구조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구조 대상자가 있는 위치로 헬기를 이동시킬 수 없었다. 헬기의 강한 하강풍으로 가까이 접근하면 지푸라기를 놓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 소방장은 "하강풍으로 오히려 구조 대상자가 날아갈 위험이 있었다"며 "그렇다고 다른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구조 대상자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당시 헬기에 타고있던 고 소방장과 동료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헬기 접근이 가능한 지점으로 이동했다. 약 10여분간의 사투 끝에 다행히 로프를 고정할 수 있는 나무를 찾았고 고 소방장은 구조 대상자에게 접근했다. 이어 로프를 이용해 구조 대상자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고 소방장은 "근처에 로프를 고정할 구조물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산악구조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로프에 의지한 채 구조 대상자를 안고 벽을 횡이동해 평지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대원들은 이런 다이나믹한 구조 상황을 많이 겪는데, 교과서적인 구조환경이 거의 없어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헬기 구조대원은 매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마주한다. 특히 교육이나 훈련 때 경험하지 못한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해 현장 상황판단이 매우 중요하고, 그 모든 판단은 경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고 소방장은 "출동 때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며 "여러 구조현장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구조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입직해 부산진구조대에서 5년, 특수구조단 항공대에서 약 4년을 근무한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그는 "구조대원들도 매번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두렵고 떨리지만, 구조 대상자 이송 뒤 헬기에서 내렸을 때 서로 격려하며 응원해주는 분위기에 위안을 얻는다"며 "구조대원으로서 계속 역량을 키워 구조 대상자가 있는 현장이면 어디든 가는 소방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조를 위해 헬기를 타고 이동 중인 고광림 소방장/사진제공=고광림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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