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434시간' 자원봉사계의 전설… "봉사로 큰 행복 느껴요"

세종=민수정 기자
2025.08.31 09:05

[우리동네 히어로]자원봉사자 박노영씨

[편집자주] 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더 나은 우리동네를 위해 뜁니다.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는 우리동네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박노영씨가 7월29일 충남 예산군 가지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사진=박노영씨 제공.

'봉사활동 1만7434시간, 헌혈 296회.'

봉사계의 전설로 불리는 박노영씨(67)는 2001년부터 25년간 매년 평균 697시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발급하는 봉사활동 확인서에 포함되지 않은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봉사활동을 포함하면 휠씬 더 길다.

그의 하루는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끝난다. 스케쥴표에는 각종 봉사활동 일정이 가득하다. 평일은 아침 8시부터 2~3시간 봉사하고, 오후에도 가능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간다. 늦은 밤에는 야간방범 순찰을, 주말에는 세종호수지킴이 소속으로 외래종 포획에 나선다.

기자가 만난 날에는 세종시 중촌종합사회복지관 자원순환 가게에서 봉사를 진행했다. 푸른 복지관 조끼를 입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살피면서 정리를 시작했다. 새로 들어왔거나 판매 물품 관련 기록도 세심하게 정리했다. 자원순환 가게는 기부 물품을 지역주민에게 판매하는 장소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인다. 박씨는 보통 하루 4시간 가게에서 근무한다.

박씨는 주요 재난·재해 현장에 빠지지 않고 달려갔다. 2003년 태풍 매미, 2008년 태안 원유 유출, 집중호우 등 피해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세종시 재난재해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약 120회 방역을 실시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발열 체크, 검사키트 배분 등을 도왔다. 올해 극심한 폭우 피해를 입었던 충남 지역은 세 차례 방문했다.

박씨는 "재난 지역 봉사는 먼저 신청한다"며 "지구온난화로 재난재해 봉사 현장이 자주 발생하는 걸 체감하고 있다. 예전엔 비닐하우스 온도가 30도를 넘은 적이 별로 없는데 올해는 대부분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박노영씨가 세종시 중촌종합사회복지관 자원순환 가게 '늘봄가게'에서 봉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민수정 기자.

50년 가까운 박씨의 봉사활동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1979년 겨울 공주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무료 급식소가 첫걸음이었다. 여성 봉사자로만 이뤄진 급식소에 잠시 무거운 짐만 들어주기 위해 다가갔다가 마지막까지 남았던 자신을 모습을 발견했다.

박씨는 "당시에는 봉사라는 개념도 몰랐다. 급식소 봉사자들이 '젊은이 고마워', '내 손자 하면 좋겠다' 칭찬을 해주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며 "잠깐 도움만 주려 했는데 4시간 동안 거기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38년 동안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18년 정년퇴임했다. 공무원 시절 출소를 앞둔 모범수들과 함께 세탁 봉사에 나섰고, 교도소 동료들과 함께 단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교정직 특성상 격일 근무을 서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셌지만 휴일에도 무조건 봉사부터 나갔다.

박씨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체력적으로 관리를 잘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2010년 대한민국 한반도 횡단을 했는데 308㎞를 64시간 내 완주했다. 유도 공인 5단이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봉사 열정은 여러 기관에서 인정받았다. 정부 부처, 의회, 경찰 등에서 받은 상만 30여개에 달한다. 정부에서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꾸준히 실시한 헌혈은 오는 10월쯤 300회를 달성할 예정이다. 박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헌혈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헌혈 가능 상한 연령은 69세로, 박씨의 경우 약 3년 남았다.

박씨는 봉사는 도움받는 사람보다 도움 주는 사람이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탈 없이 직을 마쳤다"며 "사회에서 받은 걸 자원봉사로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박노영씨가 지난 11일 세종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본인이 받은 수상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민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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