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당연히 112 경찰을 찾는다. 국민 생활 접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범죄를 초동대응하고 전국적인 수사조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점이 경찰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머니투데이와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본부장은 "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부터 찾는 게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초동수사 영역에 가장 특화됐고 지금까지 트레이닝이 됐던 조직이 경찰"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외길 30년을 걸었던 박 본부장은 경찰 역사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검찰개혁 추진 시기에 취임했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이 마무리되면 경찰 수사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검찰청이 사라지면 국민들의 경찰 수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박 본부장이 취임 직후 '범죄에 강한 경찰'을 외치며 내부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은 이유다.
국민 요구에 발맞춰 민생범죄 척결을 위한 다중피해사기 대응 TF(태스크포스)도 출범했다. 박 본부장이 단장을 직접 맡아 보이스피싱·투자 리딩방 사기 등 10대 악성사기를 임기내 반드시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달 3일 필리핀으로 도피한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의자가 포함된 49명을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단일 국가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해외 도피사범 송환이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취임하신지 2개월이 지났다. 소회를 말씀해달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취임한 지 벌써 두 달 넘게 지났다. 기본적으로 '범죄에 강한 경찰'을 강조했다. 민생침해 범죄 척결, 수사경찰 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집중했다. 국수본의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수본의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민생침해 범죄를 척결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수본이 되도록 노력해나가겠다.
-최근 정부에서 검찰개혁 관련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로 출범하게 된다. 중수청이 오면 국수본이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수본과 경찰이 중수청보다 특화됐고 장점인 분야가 무엇인가.
▶화재가 발생이 되면 119 소방을 제일 먼저 국민들이 찾는다. 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당연히 112 경찰부터 찾는다.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든지 안전에 대한 사회적 약자, 여성을 포함한 문제에서도 경찰이 온다. 범죄는 초동대응·수사가 가장 중요한데, 가장 특화돼있고 지금까지 트레이닝이 돼있던 조직이 경찰이다. 보이스피싱·마약 등 범죄도 현장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인지하고 범죄 수법이 어떻게 변했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범죄 대응에 나선다. 마약도 현장에서 구매하고 사용하는 사람들부터 수사가 시작되는데 이걸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경찰이다. 국민의 생활 접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 전국적 수사 조직을 가지고 대응하는 건 경찰이다.
-수사·기소 분리 국면에서 국민으로부터 받는 경찰 신뢰도 더 높아져야 할 것 같다. 많은 우수자원이 경찰에 오면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 자연스레 올라갈거다. 핵심은 우수한 인력이 경찰에 유입이 돼야 할텐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진 경찰 중 독일 경찰과 교류하며 느꼈던 점이 있다. 독일 경찰은 미래 치안 환경 대비 방안으로 우수한 자원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우수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장기간 근무하게 만드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경찰뿐 아니라 공무원도 민간 부분과 경쟁했을 때 유출되거나 아예 공적 분야 업무를 기피하는 문화가 있다. 독일도 민간 영역과 경쟁해서 공적 분야의 우수한 경찰 인재가 이탈하는 고민이 있더라. 또 트레이닝을 시켰는데도 민간 부분으로 스카웃돼서 나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 수사경찰을 하고 싶어하는 환경이 되려면 조직의 위상이라든지 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경찰 선배인 우리가 해야할 일 중 하나가 경찰, 수사경찰에 지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 환경 중 가장 중요한 건 돈인가. 아니면 명예나 사명감인가.
▶사명감, 명예만을 가지고 수사경찰이 돼야한다고 하기엔 현실성이 떨어진다. 금전적인 보상도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사명감·명예심을 총망라해서 결국 경찰 조직의 위상 사회적인 평가가 잘 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기성경찰관의 역할이다. 앞서 언급한 '범죄에 강한 경찰'의 결론과 목표점은 신뢰받는 수사기관이다. '경찰 수사는 믿을만하다', '내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해주는 훌륭한 조직이다' 이런 신뢰감과 믿음을 국민들로부터 받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범죄에 강한 경찰에 도달하기 위해 내부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가.
▶지난 8월 국수본 출범 5년 차를 맞아 중장기 관점의 '경찰 수사역량 강화 종합 로드맵'을 마련했다. 주요 세부 과제 중 첫 번째는 공소제기·유지 등 검찰처분·공판 단계까지 고려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검찰처분·재판결과 등에 대한 환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변호사들로부터 전문성·공정성 등을 평가받은 '사법경찰평가' 전국 확대다. 또 준비된 수사관 양성을 위한 신임수사관 교육 단계적 확대도 진행 중이고 인력·예산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여타 과제도 있다.
-취임 직후 민생범죄 척결을 강조하시기도 했다. 보이스피싱·마약 수사를 특히 강조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올해 피해액이 1조원이 될 전망이 나온다. 이를 줄이는 게 쉽지 않은 과제인데 특별한 방안이 있나.
▶2021년도에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부장을 할 때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연 8000억원이었다. 당시 범행 수단을 중심으로 대책을 세워서 2022년, 2023년 피해액을 계속 줄여나간 경험이 있다. 피싱범죄가 여러가지 악성 앱, 원격제어앱 등을 이용하는 범행으로 진화하다 보니 기존 방식의 대응은 한계가 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통합신고대응원 운영을 통해 24시간 보이스피싱 관련 신고를 모니터링하고 거기에 따른 실시간 분석 자료를 일선 수사부서에 바로 통보해 범죄 양상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갖췄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감축 목표가 있나.
▶올해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전년 대비 증가하는 추세를 멈추는 게 목표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전년 대비 5%, 10%, 15%, 20% 씩 줄여나가겠다. 준비된 목표를 갖고 가용 가능한 인력들을 배치해 범죄 양상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겠다. 관계부처와 협업하고 필요한 법 제도 개선까지 총체적으로 대응하겠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주로 해외에 있지 않나. 범부처적인 협조나 협의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외교나 정치적인 역량도 필요해보인다.
▶해외기반 피싱 범죄 조직 대응을 위해서 인터폴, 현지 법집행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전세기를 동원해서 보이스피싱 범죄자 포함된 피의자를 대규모로 인도받은 사례도 있었다. '제3회 사기방지 국제 범죄 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국제기구와 민·관에 대응 현황을 공유했다. 동시에 해외에 있는 법 집행기관, 인터폴을 비롯한 국제기구 통한 협업활동도 진행했다. 최근엔 일본 변호사 사칭 테러협박 부분도 안보심의관을 일본경찰에 파견해 긴밀하게 대응 중이다.
-마약 문제도 심각하다. 이젠 마약 청정국이란 얘기도 잘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취임하자마자 말씀드렸다. 지난 8월에 해당 부서에서 마약류범죄 종합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하고 있다. 형사국장 주재 마약범죄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결제 수단으로 악용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을 겨냥한 마약범죄 전담팀을 신설했다. 4가지 마약 유통시장인 △온라인 △의료용 △클럽 유흥가 △외국인 마약류에 대해 집중 단속하고 거래자금을 차단하는 등 테마별 단속활동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제도 측면에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가 됐는데 마약류 위장수사 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적극 논의하겠다. 해외 마약류 차단을 위해 해외 수사기관, 관세청과 협력체계도 공고히 하겠다.
-한국의 조선 기술이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우리나라 핵심 기술을 잘 보호하고 가꿔나가는 게 민생과 직결된다는 방증이다. 기술유출 범죄 대응 방안도 말씀해달라
▶17개 시·도청에서 산업보안협력관이 기술유출 피해 신고 상담을 하고 있다. 여러가지 예방 홍보 교육도 하고 관련 첩보도 수집하고 있다. 찾아가는 기술유출 신고 상담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기술유출 범죄 대부분 내부자에 의한 유출이 많은데, 피해 기업들은 여러가지 이미지 실추 등 문제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신고와 수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산업기술 수사관에 대한 인력·예산 증원도 빠르게 추진하겠다. 산업기술유출을 예방하는 데 성과를 내거나 발생 후 신속한 검거에 기여한 사람은 특진 등을 포함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