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원 초코파이 재판에 변호사비 1000만원…법적 싸움 벌이는 이유

구경민 기자
2025.09.22 08: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코파이 재판'이 논란이다. 400원짜리 초코파이를 먹은 걸로 법정 다툼까지 가야 했는지 씁쓸함을 안긴다.

이 재판은 왜 시작된걸까.

전북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 A(41)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쯤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1개와 커스터드 1개를 꺼내 들었다. 이곳에서 보안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이날 순찰을 돌다 배가 고파 과자를 가져갔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400원짜리 초코파이와 650원짜리 커스터드 등 1050원어치 과자를 먹은 일로 재판을 받고 직장까지 잃을 위기에 처할 줄은 몰랐다.

피해금 1050원이라는 희대의 재판은 각박한 세태에 대한 방증일까. 이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벌금 5만원을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이 다르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초코파이 재판은 노조활동 때문?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 물류회사에서 청소·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이곳에서 약 15년간 보안요원으로 근무해 왔다.

A씨가 초코파이 450원에 커스터드 600원, 합쳐서 1050원에 불과하지만 사측이 절도 혐의로 신고해 1년8개월에 이르는 긴 송사가 시작됐다. A씨는 "평소 동료 기사들이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데는 노조 활동으로 미운털이 박힌 A씨에게 타격을 주려는 꼼수라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A씨 동료들은 '나도 꺼내 먹었다' 하고, 초코파이·커스터드를 더 많이 사다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고 한다. 노조는 회사가 경찰에 제출한 CCTV 영상에서 A씨가 먹은 것만 콕 집어 신고한 정황을 수상하게 보고 있다. 회사 쪽에서 굳이 '처벌'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A씨 측 변호인은 지난 18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사건이 형사사건 항소심까지 오게 된 배경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엔 A씨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회사와의 갈등 관련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허탈해했다. 사건 기록을 살펴보던 부장판사는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A씨가 무죄를 다투는 건 혐의를 인정하면 해고될까봐서라고 한다.

당초 검찰은 A씨에게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 즉 A씨의 절도죄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15년간 근속한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A씨가 현재까지 변호사 비용으로만 1000만원 상당을 쓰면서 법적 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추가 증언으로 혐의 벗을까

지난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절도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1심의 증인신문은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증인 2명을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요청한 2명은 1심 때와는 다른 인물"이라며 "둘 다 사무실의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인데, 제가 증언을 부탁한 과정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통화내용을 녹음했다"고 밝히면서 그들과의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검사의 이의가 없자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2명을 모두 다음 기일에 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달 30일 열리는 증인신문에서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냉장고에 있는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허락 맡고 먹는 게 당연했는지에 관한 문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원청인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를 하청인 보안업체 직원과 탁송 기사도 관행적으로 이용했다는 증언이 나온다면 원심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워낙 관심이 큰 사안이어서 재판 도중 법리적 견해를 밝히는 게 조심스럽다"며 "그 냉장고를 하청 직원 중 오로지 피고인만 이용했다면 법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그보다 이게 재판까지 갈 사안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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