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추가 기소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 첫 공판과 보석 심문이 4시간여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첫 공판에서 짧게 발언했지만 보석 심문에서는 "보석이 되면 사법절차에 협조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6일 오전 10시15분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공판과 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공판과 보석심문은 합쳐서 오후 1시53분까지 쉬지 않고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16분쯤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나와 대법정으로 들어오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수척해보였지만 건강에 큰 이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짧은 헤어스타일에 흰 머리가 많이 늘어난 모습이었고 타이는 하지 않은 채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을 달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천천히 피고인석으로 걸어가 둘째줄의 첫번째 자리에 앉았다. 재판부가 있는 법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다.
재판부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했고 이에 윤 전 대통령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름을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윤석열입니다"라고 답하고 생년월일에 대해서도 "1960년 12월18일"이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는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내내 차분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재판 진행을 지켜봤다. 특검팀과 변호인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끼어들거나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 없이 장기간 재판이 진행되자 윤 전 대통령은 피곤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기도 했다. 옆에 앉은 변호인단과 이따금 논의하거나 특정 변호인이 발언하는 경우 발언자를 직접 고개를 돌려 바라보기도 했다.
특검팀이 먼저 공소사실을 설명한 후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박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기소된 혐의들이 내란 관련 다른 재판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혐의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이중기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은 내란 관련 행위 전후에 이뤄진 행위들을 기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 단 한 차례 발언했다. 재판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시만으로 국법상 문서로서의 성격이 없어진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한 전 총리 지시로 했다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였다.
먼저 변호인이 답변한 뒤 윤 전 대통령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12월7일에 사후 부서 문서와 관련 '국방부 담당자가 작성해서 장관에게 올려야지 (강의구) 부속실장이 왜 하느냐'고 제가 나무랐고 갖고만 있겠다 했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저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주된 재판 기일은 금요일이지만 가능하다면 화요일까지 포함해 매주 두 차례 공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해 1심 재판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어서 주 1회 이상 재판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오는 10월10일 두 번째 공판기일을 포함해 17·21·31일까지 4차례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판이 끝난 후 이어진 보석 심문에서는 윤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했고 윤 전 대통령이 답변하면서 약 20여분간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되고 나서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벌하기가 힘들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한번도 재판을 빠지거나 하지 않았고 특검 소환에 충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주4~5회 내내 재판을 해야 되고 주말에 또 특검에서 오라고 하면 가야되는데 구속 상태에서는 불가능하고 여기 그냥 앉아 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며 "지금 이 상태로는 도저히 힘드니까 집도 가깝고 하니 지금 보석이 되면 제가 운동도 하고 변호인이랑 전화로 소통해도 되니 그렇게 하면서 사법절차에 협조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데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기소"라며 "그냥 알아서 기소하고 싶으면 하고 법정에서 유죄되면 차라리 처벌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보석 심문까지 모두 종료된 후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과 악수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인사를 마친 후 천천히 법정에서 퇴장했다.
내란 특검은 지난 7월 19일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계엄 국무회의' 관련 국무위원의 심의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비화폰 기록 삭제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등 크게 5가지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로 구속 기소했다.